에그타르트 — 수도원의 빨래 이야기에서 시작된 황금빛 디저트 대모험
있잖아, 에그타르트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생각한 적 없어? “이거 도대체 어디서 온 거야?” 라고.

달콤하고 부들부들한 커스터드, 바삭바삭한 타르트 쉘. 한 입에 쏙 들어오는 이 귀여운 크기. 그냥 맛있어서 먹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이 노란 디저트 한 조각 안에 포르투갈 수도원의 빨래 이야기, 대항해시대의 향신료 루트, 영국 식민지의 흔적, 그리고 한 영국 청년의 마카오 모험까지 다 들어 있거든.
진짜야. 이 조그마한 타르트가 역사책이야.
🥚 시작은 빨래였어 — 포르투갈 수도원 이야기
18세기 포르투갈 리스본. 벨렝(Belém)에 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os Jerónimos)**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어.
당시 수도원에서는 달걀흰자를 의복에 풀을 먹이는 데 사용했다는 거야. 수도복을 빳빳하게 세우기 위해서. 그러다 보니 노른자가 매일매일 남는 거야. 엄청나게. 그걸 그냥 버리기가 너무 아깝잖아. 그래서 수도원 사람들이 머리를 굴렸어.

“이 노른자로 뭔가 달달한 거 만들 수 없을까?”
그렇게 탄생했다고 전해지는 게 **파스텔 드 나타(Pastel de Nata)**야. 포르투갈어로 '크림 케이크’라는 뜻인데, 밀가루 반죽에 달걀 노른자 커스터드를 채워 구운 거지. 수도원에서 태어난 디저트 기원담이야!

다만 이 이야기는 역사적 기록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전해져온 음식 기원담에 가깝다는 걸 알아두면 좋아. 맛있는 음식엔 늘 드라마틱한 탄생 전설이 따라오잖아. 🍮
그 레시피가 세상으로 나온 건 1834년 포르투갈의 수도원·수녀원 폐쇄령 이후야. 수도원이 문을 닫으면서 레시피가 인근 설탕 정제소와 상점으로 전해졌고, **1837년부터 오늘날의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éis de Belém)**에서 굽기 시작했어. 지금도 리스본에 그 빵집이 있어. 오리지널 레시피는 아직도 비밀이고, 자료마다 다르지만 “세 명의 장인” 또는 "소유주와 장인을 포함한 여섯 명"만 알고 있다고 전해질 만큼 극소수만 아는 비밀이래. 190년 가까이 된 진짜배기 비밀이라니, 뭔가 미스터리하지 않아?
🍮 커스터드가 부들부들한 건 이유가 있어
파스텔 드 나타를 먹어본 사람은 알 거야. 표면이 살짝 검게 탄 것 같으면서, 안은 촉촉하게 흔들리는 그 커스터드.

비결은 고온이야. 포르투갈식 나타는 대개 250~300도 이상의 매우 높은 온도에서 짧게 굽거든. 그래서 표면이 카라멜라이징되면서 특유의 얼룩진 노릇노릇함이 생기는 거야. 흔들리는 커스터드는 달걀 노른자, 설탕, 생크림의 비율 때문이고. 그 위에 시나몬 가루를 팡팡 뿌려 먹는 게 포르투갈 현지 스타일이야.

✈️ 대항해시대를 타고 아시아로
포르투갈이 왜 마카오랑 연결되냐고? 그게 바로 대항해시대 이야기거든.
15~16세기, 포르투갈은 세계 바다를 누비며 아시아까지 무역 루트를 개척했어. 1510년 인도 고아, 1511년 말라카, 그리고 마카오. 1557년부터 포르투갈은 마카오에 영구적인 정착지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수백 년 동안 그 문화가 쌓였지.

그래서 마카오에는 포르투갈 음식이 자연스럽게 들어왔어. 근데 흥미로운 건, 마카오식 에그타르트는 사실 20세기에 영국인 한 명이 다시 만든 거야.
**앤드류 스토(Andrew Stow)**라는 영국 청년이 1980년대 마카오에서 포르투갈식 나타에 반했거든. 그래서 1989년 9월 15일, 마카오의 콜로안(Coloane) 섬에 **로드 스토우 베이커리(Lord Stow’s Bakery)**를 열었어.

앤드류는 레시피 없이 실험을 거듭하며 포르투갈식 나타에 자신만의 영국식 감각(English touch)을 더했어. 구체적으로 어떤 재료를 어떻게 바꿨는지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결과물이 지금 우리가 아는 현대 마카오식 에그타르트의 대표적인 형태로 자리 잡은 거야. 앤드류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그의 딸 오드리와 여동생 에일린이 이어가고 있어.
🇭🇰 홍콩식 vs 마카오식 — 뭐가 다른 거야?
여기서 진짜 놀라운 게 뭔지 알아?
홍콩 에그타르트는 사실 포르투갈이 아니라 영국 영향을 더 많이 받았어!
홍콩은 1842년부터 영국 식민지였잖아. 그러면서 영국식 **커스터드 타르트(Custard Tart)**가 홍콩으로 들어왔고, 거기에 중국 광저우(广州) 딤섬 문화가 합쳐진 거야. 홍콩 딤섬 가게들이 차이나타운의 찻집 식당 문화에서 에그타르트를 메뉴로 팔기 시작했거든.
두 스타일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래:

홍콩식 에그타르트 (港式蛋撻)
- 타르트 쉘: 쿠키처럼 부드럽고 포슬포슬한 쇼트크러스트(shortcrust) 또는 얇은 페이스트리
- 커스터드: 달걀 전체(흰자+노른자)를 쓰고, 색이 연하고 유리처럼 매끈해
- 표면이 평평하고 단단한 편, 흔들리지 않음
- 맛은 고소하고 담백
마카오식 에그타르트 (葡式蛋撻)
- 타르트 쉘: 얇고 바삭한 퍼프 페이스트리, 층층이 벗겨지는 식감
- 커스터드: 주로 노른자만 사용, 색이 진하고 크리미해
- 표면에 카라멜 얼룩이 있고 살짝 흔들림, 더 부드럽고 달콤
- 맛은 더 진하고 단맛이 강해
쉽게 말하면, 홍콩식은 담백하고 고소해서 식사 중간에 먹기 좋고, 마카오식은 더 달콤하고 촉촉해서 디저트로 딱이야!
🌏 계란은 세계 어디서나 '시작’의 음식이었어
에그타르트 이야기를 하면서 계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잖아.

계란은 진짜 전 세계 모든 문화에서 특별한 존재였어.
유럽에서는 달걀이 봄, 풍요, 부활의 상징이었어. 특히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부활절에 달걀을 주고받는 풍습이 생겼는데,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모습이 부활을 상징한다고 봤거든. 러시아 황실의 파베르제(Fabergé) 달걀 같은 공예품도 거기서 나온 거야.
일본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계란 사랑 나라야. IEC 자료 기준으로 2020년에는 1인당 연간 달걀 소비량이 약 340개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는데, 2023년에는 조류인플루엔자 영향 등으로 약 320개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해. 그래도 어마어마하지! 날달걀을 밥에 올려 먹는 타마고가케고항(卵かけご飯) 문화도 일본 특유의 것이고, 달걀이 얼마나 신선한지에 대한 집착은 거의 예술 수준이야.
중국에서는 붉은 달걀이 생일과 경사의 상징이야. 아이가 태어나면 붉게 물들인 삶은 달걀을 돌리는 풍습이 있거든. 붉은색은 행운, 달걀은 새 생명. 두 가지 상징이 합쳐진 거지.
포르투갈 수도원의 사람들한테 달걀 노른자는 처음엔 그냥 의복 풀 먹이기의 부산물이었어. 근데 그 버려질 뻔한 노른자가 세계인이 사랑하는 디저트가 됐잖아. 뭔가 감동적이지 않아?
🗺️ 에그타르트, 어디서 먹으면 제일 맛있어?
포르투갈 리스본 — 파스테이스 드 벨렝이 진짜 본가야. 나타를 먹을 때는 꼭 따뜻할 때, 그리고 시나몬 가루를 듬뿍 뿌려서 먹어봐. 그게 리스본 현지 스타일이거든.

마카오 — 로드 스토우 베이커리는 현대 마카오식 에그타르트를 대표하는 곳이야. 콜로안 섬에 있는 본점 줄이 아직도 어마어마하게 길다고.
**홍콩 — 타이청 베이커리(泰昌餅家)**는 홍콩식 에그타르트의 전설이야. 크리스 패튼 전 홍콩 총독이 퇴임 전날 이 집 에그타르트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유명해서 '총독의 에그타르트’로도 불려.
국내에서도 이제 꽤 많이 만날 수 있어! 마카오식 스타일을 파는 베이커리가 특히 서울 여러 곳에 생겼거든. 쫀쿠는 개인적으로 커스터드가 살짝 흔들리는 마카오식 쪽에 한 표야. 바삭한 페이스트리 층이 벗겨질 때 그 소리가 너무 행복하거든!

💛 버려질 뻔한 노른자가 만든 세계
에그타르트의 이야기를 쭉 따라오다 보면, 결국 "남은 것들"의 이야기야.

의복에 풀을 먹이고 남은 노른자, 식민지 시대가 남긴 음식 문화, 타지에서 새 삶을 시작한 영국 청년의 도전. 다 어딘가에서 남겨진 것들이 만난 거잖아.
그 만남이 지금 우리가 한 입 베어 무는 그 노란색 커스터드야.
다음 번에 에그타르트를 집어 들 때, 이 이야기가 한 번쯤 떠오른다면 좋겠다. 아, 이게 수도원 빨래 부산물 전설에서 온 거구나! 하고. 그러면 더 맛있게 느껴질 거야, 진짜로.
에그타르트처럼 달걀 노른자와 버터가 만들어내는 마법이 궁금하다면, 쫀쿠 — 쿠아망, 버터의 비밀도 읽어봐. 버터와 설탕이 구워지는 과정이 얼마나 극적인지!
그리고 이 이야기의 경제학 버전이 궁금하다면, 오십보가 상인의 길 — 리쿠로 치즈케이크, 줄 서는 빵집은 무엇을 파는가에서 줄 서는 빵집 뒤의 원리를 아주 잘 풀어놨거든. 사람들이 왜 로드 스토우 베이커리 앞에서 줄을 서는지, 그 이유가 경제학으로도 설명이 돼.
이안 박의 브랜드 서재에서 국순당 백세주 — 약주라는 이름을 선택한 철학도 재미있어. 이름 하나에 담긴 마케팅 철학이 에그타르트의 '파스텔 드 나타 → 에그타르트’로 이름이 바뀐 이야기랑 묘하게 닮아 있거든!
오늘도 쫀쿠는 맛있는 모험 중~ 🍪✨
함께 읽으면 좋은 쫀쿠 글
- 🍰 치즈케이크 전쟁 — 뉴욕식 vs 일본식 vs 바스크식 : 세 나라가 같은 디저트를 완전 다르게 만든 이야기!
- 🍫 초콜릿의 달콤쌉쌀한 여정 : 신의 음료에서 대중의 디저트가 된 초콜릿 이야기도 에그타르트처럼 여행 가득해!
- 🥛 버터, 고소함 한 조각에 담긴 인류의 오래된 취향 : 커스터드의 또 다른 재료, 버터의 6000년 역사도 궁금하지 않아?
참고 자료
- Pastéis de Belém 공식 홈페이지 (pasteisdebelem.pt/en/history/)
- Lord Stow’s Bakery 공식 홈페이지 (lordstow.com)
- NPR, “Only 6 People in the World Know the Recipe for Portugal’s Famous Tarts”
- Wikipedia, “Pastel de nata”
- BBC StoryWorks, “The legacy of Macao’s iconic dish — LORD STOW”
- IEC, 2020년·2023년 일본 달걀 소비량 자료
태그
#에그타르트 #파스텔드나타 #마카오에그타르트 #홍콩에그타르트 #포르투갈디저트
#쫀쿠 #디저트이야기 #리스본맛집 #마카오맛집 #로드스토우베이커리
#음식역사 #디저트여행 #음식문화 #커스터드디저트
'쫀쿠의 맛있는 디저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쫀쿠의 맛있는 디저트 — 치즈케이크 전쟁 뉴욕식 vs 일본식 vs 바스크식 (1) | 2026.05.09 |
|---|---|
| 🥐 쫀쿠의 맛있는 디저트 – 쿠아망, 버터의 비밀 (0) | 2026.05.03 |
| 초콜릿의 달콤쌉쌀한 여정 - 쫀쿠의 맛있는 이야기 (1) | 2026.04.30 |
| 🍪 쫀쿠가 들려주는 푸딩의 진짜 이야기 (0) | 2026.04.27 |
| 🍪 살살 녹아내리는 도지마롤(Doijima Roll)의 세계 (1) | 2026.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