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 꽃으로 보기 전에 먼저 맛봐야 하는 이유 — 제주 사람들이 혼자 알고 있던 봄나물의 진짜 이야기
있잖아, 봄마다 제주에 유채꽃 보러 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싶어.
그 예쁜 노란 꽃밭에서 사진 찍고, 인스타에 올리고, 감탄하고 떠나는 거 다 좋아. 근데 정작 그 꽃이 밥상에 올라온다는 건 알고 있어? 꽃을 먹는다고? 그것도 김치로? 나물로?

제주 사람들은 그냥 알아. 그 노란 꽃이 뜨는 계절보다 조금 더 일찍, 꽃대가 올라오기 직전에 잎과 줄기를 딴다는 거. 그게 봄의 첫 번째 밥상이었다는 거.
오늘 쫀쿠는 유채를 먹는 이야기를 해볼 거야. 경관 자원도, 카놀라유도 아닌, 진짜 먹는 이야기.
제주 사람들이 유채를 부르는 이름들
제주에서 유채는 여러 이름으로 불려.
지름나물, 겨울초, 평지나물, 동지나물. 이름마다 쓰임새가 담겨 있어.

지름나물은 기름나물이라는 뜻이야. 씨앗을 짜면 기름이 나오니까. 겨울초는 겨울에도 자라는 채소라는 뜻이고. 동지나물은 꽃대, 즉 꽃이 피기 직전의 줄기를 말해.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지. 제주 사람들한테 유채는 관광용 꽃이 아니라, 겨울부터 봄 사이 밥상을 채워주는 실용적인 먹거리였어. 배추나 무가 귀한 시절, 제주 사람들은 유채를 나물로 먹고, 겉절이로 먹고, 된장국을 끓이고, 김치로 담갔어.
꽃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섬이 되기 전부터, 제주는 유채를 먹는 섬이었어.
언제, 어디를 먹어야 해?
유채는 식물 전체를 다 쓸 수 있어. 들깨처럼.
꽃이 피기 전 어린잎과 줄기 — 이게 제철이야. 보통 1~3월, 꽃봉오리가 막 맺히기 시작할 때 수확해야 맛이 좋아. 너무 일찍 따면 양이 적고, 꽃이 활짝 피고 나면 줄기가 질겨지고 쓴맛이 강해져.
맛은 달콤하면서 쌉쌀해. 시금치보다 향이 더 강하고, 봄나물 특유의 그 풋풋한 느낌.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오는데, 그 뒤에 오는 쌉싸래함이 묘하게 당겨. 봄나물 중에서도 개성이 가장 뚜렷한 편이야.

꽃대(동지나물) — 꽃봉오리째로 줄기를 잘라. 살짝 더 쓰고 향이 강해. 이걸로 김치를 담그는데, 이게 바로 유채김치야.
씨앗 — 기름을 짜거나, 볶아서 통으로 먹거나, 갈아서 가루로 써.
꽃 — 말려서 꽃차로 마셔. 반건조 상태로 살짝 덖어서 유리병에 담아두면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실 수 있어.
이 식물, 진짜로 버리는 부분이 없어.
유채나물 먹는 법 — 제주식 기본
유채나물 요리의 핵심은 딱 하나야. 짧게 데치는 것.

팔팔 끓는 소금물에 유채를 넣고, 5초에서 10초. 그게 전부야. 너무 오래 삶으면 초록색이 사라지고 물러져. 살짝 데쳐서 찬물에 바로 헹궈야 색도 살고, 아삭한 식감도 살아.
양념은 두 갈래로 갈려.

된장 무침 — 된장 두 숟갈, 참기름, 깨소금, 다진 마늘. 이게 제주 전통 방식이야. 된장의 구수함이 유채의 쌉쌀함을 받아주는데, 묘하게 잘 맞아. 된장 나물은 다음 날 먹으면 간이 배어서 더 맛있어.
고추장 겉절이 — 고추장, 고추가루, 매실청, 참기름. 더 매콤하고 가볍게 먹고 싶을 때. 꽃봉오리가 막 맺혔을 때 이 방식으로 해 먹으면 봄 기운이 제대로 올라와.
비빔밥에 얹어 먹어도 좋아. 제주에서는 유채나물 비빔밥이 봄 한정 메뉴로 등장해. 봄 향기 가득한 한 그릇.
그리고 유채김치. 꽃대를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물김치로 담그면 시원하고 깔끔해. 익을수록 개운한 맛이 나.
유채, 이 식물을 먹는 나라들
근데 있잖아, 유채를 먹는 건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야.

일본 — 나노하나(菜の花)의 봄 요리
일본에서 유채꽃은 '나노하나(菜の花)'라고 해. 봄의 상징이야. 그리고 당연히 먹어.
일본에서는 나노하나를 데쳐서 참깨 드레싱이나 된장 소스로 무쳐 먹어. '나노하나오히타시(菜の花おひたし)'라고 해서, 간장과 다시마 육수에 살짝 절여먹는 요리가 봄 밥상의 단골 반찬이야. 살짝 쓴맛이 있어서 "봄의 쓴맛을 먹는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야. 봄이 오면 몸이 쓴맛을 찾는다는 감각.
중국 — 유채는 채소, 꽃도 채소
중국에서 유채는 '油菜(유채)' 또는 '菜薹(차이타이)'라고 불러. 특히 광둥 요리에서 차이타이는 흔한 채소야. 데쳐서 굴소스를 뿌리거나, 마늘과 기름에 볶아서 먹어. 꽃봉오리째로 먹는 게 보통이고, 향이 연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중국에서는 쓰촨이나 후난 지방에서도 유채를 나물로 먹는데, 여기선 기름에 볶아서 더 강하게 양념해. 유채를 채소로 기르고 씨앗에서 기름도 짜는, 완전한 식재료 식물이야.
이탈리아 — 오레키에테와 치메 디 라파
여기서 진짜 놀라운 나라가 등장해.
이탈리아 남부, 특히 풀리아(Puglia) 지방에서 유채 계열 식물이 요리의 핵심 재료야. 이름은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 직역하면 '순무 꼭대기'인데, 유채와 아주 가까운 배추과 식물이야.

이걸로 만드는 요리가 **오레키에테 콘 치메 디 라파(Orecchiette con Cime di Rapa)**야. 귀 모양 파스타에 치메 디 라파를 마늘·고추·올리브유·안초비와 함께 볶아서 버무려. 이탈리아 남부를 대표하는 전통 요리 중 하나야.
쓴맛이 강한 이 채소가 올리브유의 풍미, 안초비의 감칠맛, 마늘의 향과 만나면 복잡한 맛이 나. 그냥 '채소 파스타'가 아니야. 재료가 달래고 어우러지는 과정이 있어.
치메 디 라파는 매년 1월부터 3월이 제철이야. 풀리아 지방 시장에 가면 꽃봉오리가 달린 채로 단으로 묶어서 팔아. 제주 유채나물이 된장에 무쳐지는 동안, 풀리아에서는 파스타 소스가 되고 있는 거야.
포르투갈, 스페인 갈리시아에서도 비슷한 채소를 먹어. 포르투갈에서는 '그렐루스(Grelos)'라고 부르는데, 순무 잎이랑 비슷한 맛이야. 갈리시아에서는 매년 2월에 이 채소를 기념하는 축제(Feira do Grelo)도 열려.
이 채소를 먹는 문화가 지중해 전역에 있다는 거야.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고 동아시아. 유채 계열 식물은 생각보다 훨씬 세계적인 식재료야.
먹을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
맛있는 이야기만 하고 끝내면 쫀쿠답지 않지. 유채 먹을 때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은 게 있어.
데치는 게 기본이야.
유채는 배추과 식물이야. 브로콜리, 양배추, 케일이랑 같은 집안이거든. 배추과 식물에는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이게 유채의 쌉쌀한 맛을 내는 주인공이기도 하고, 식물이 해충을 쫓으려고 만드는 방어 물질이기도 해.
생으로 너무 많이 먹으면 쓴맛이 강하고, 과량 섭취하면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갑상선에서 요오드를 흡수하는 걸 방해하는 성분으로 변환될 수 있거든. 그런데 이건 열을 가하면 효소가 비활성화돼서 이 변환이 잘 일어나지 않아. 데치면 쓴맛도 줄고, 이 걱정도 크게 줄어.
결론: 반드시 데쳐서 먹어. 데치는 게 맛도 좋고 더 안심이야.
갑상선 질환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굳이 많이 먹을 필요는 없어. 가끔, 제철에, 즐기는 정도면 충분해.
꽃이 활짝 피면 타이밍이 지나간 거야.
먹는 유채의 핵심은 타이밍이야. 꽃봉오리가 올라오기 직전, 줄기와 잎이 연할 때 수확해야 해. 꽃이 완전히 피고 나면 섬유질이 질어지고 쓴맛이 강해져. 제주에서 유채 축제가 열리는 3월은 사실 먹는 유채의 타이밍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야. 먹는 건 1~2월이 최고야.
봄나물의 쌉쌀함은 정상이야.

처음 먹으면 쓰다고 느낄 수 있어. 그게 글루코시놀레이트의 맛이야. 이 쓴맛이 된장의 구수함이나 참기름의 고소함과 만날 때 봄나물 특유의 맛이 완성돼. '쓰니까 이상한 것'이 아니라, '쓴맛이 있으니까 봄나물인 것'이야.
유채를 먹는다는 것
관광지에서 사진 찍고 돌아오는 것과, 그 꽃을 먹어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야.
쫀쿠는 생각해. 제주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그 노란 꽃밭을 가꿔온 건 관광객을 위해서가 아니었을 거야. 척박한 땅에서 겨울부터 봄 사이 밥상을 채워주는 고마운 식물이었으니까. 된장에 무치고, 겉절이로 먹고, 김치로 담그면서.
그 먹는 역사 위에 지금의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거야.
이탈리아 풀리아에서도, 중국 광둥에서도, 일본 어느 식탁에서도 이 식물의 쌉쌀한 맛은 봄의 첫 신호였을 거야.

다음에 제주 가면 유채꽃 사진만 찍지 말고, 유채나물 비빔밥이나 유채김치도 한번 찾아봐. 그 쌉쌀하고 달큼한 봄맛이, 꽃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거야. 🌿
유채꽃이 기름이 된 과정이 궁금하다면 → [기름의 경제학 4편] 카놀라유 — 꽃으로 시작해서 세계 식탁을 장악한 기름의 경제학 (오십보)
카놀라라는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면 → [브랜드 아카이브] 카놀라 — 이름을 바꾸면 역사가 바뀐다 (이안박)
오늘도 쫀쿠는 맛있는 모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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