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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쿠의밥상이야기14

[세계의 죽 한그릇 · 7편] 🥣 카샤는 힘이다 — 러시아의 군대죽과 독일의 과학죽 [세계의 죽 한그릇 · 7편] 🥣 카샤는 힘이다 — 러시아의 군대죽과 독일의 과학죽 있잖아. 1799년 겨울, 러시아 장군 알렉산드르 수보로프(Alexander Suvorov)가 이끄는 병사 2만 명이 눈 덮인 알프스를 넘고 있었어. 나폴레옹 군대를 피해 스위스에서 오스트리아로 가는 거의 불가능한 산악 행군이었어. 길은 없었고, 식량은 거의 바닥났고, 기온은 영하로 곤두박질쳤어. 러시아 군 전통에선 이런 극한의 행군에서도 병사들을 지탱한 게 **한 냄비의 카샤(kasha)**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메밀 또는 보리를 물과 소금에 넣고 끓인 죽 — 재료라곤 그게 전부. 러시아군의 전통에선 전투 전날 반드시 카샤를 끓였어 — 밥을 먹어야 싸울 수 있으니까. 승전 뒤에도 카샤를 끓였어 — 함께 밥을 먹어야.. 2026. 8. 18.
[세계의 죽 한그릇 · 6] 🥣 말 먹는 곡식이라고요? — 스코틀랜드가 귀리로 쌓은 자존심 [세계의 죽 한그릇 · 6] 🥣 말 먹는 곡식이라고요? — 스코틀랜드가 귀리로 쌓은 자존심 1755년,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중 한 명인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 박사가 영어 사전을 출판했어. 평생 9년을 쏟아부은 역작이야. 그 사전에서 귀리(oats) 항목을 펼치면 이런 정의가 나와."A grain, which in England is generally given to horses, but in Scotland supports the people." (잉글랜드에서는 보통 말에게 주고, 스코틀랜드에서는 사람이 먹는 곡물.) 런던 살롱 사회가 박장대소했을 장면이 눈에 선해. 그런데 이 조롱에 대한 반격이 있었어. 존슨의 친구이자 스코틀랜드 출신 전기 작가 제임스 보스웰(Ja.. 2026. 8. 16.
[세계의 죽 한그릇 · 5편] 🫕 이 죽은 혼자 못 만들어 — 터키 케슈켁, 마을이 함께 끓이는 공동체의 음식 [세계의 죽 한그릇 · 5편] 🫕 이 죽은 혼자 못 만들어 — 터키 케슈켁, 마을이 함께 끓이는 공동체의 음식 있잖아. 결혼식 전날 밤, 터키 아나톨리아 어느 마을의 뒤뜰을 상상해봐.큰 구리 가마솥이 장작불 위에 올라앉아 있어. 냄비 바닥엔 솥이 그을리지 않도록 재를 발라뒀어. 뼈째 잘라낸 고기 덩어리, 껍질을 벗긴 밀, 양파, 향신료, 물, 기름 — 재료가 순서대로 들어가고, 그때부터 밤이 시작돼. 요리사와 조수들이 교대로 불을 지키며 밤새 냄비를 저어. 따뜻한 불 앞에서 이야기가 오가고, 농담이 오가고, 마을 소문이 오가.아무도 자지 않아 — 냄비가 자면 안 되니까.이튿날 정오가 되면, 마을에서 가장 힘센 청년들이 불려와. 그들이 손에 쥔 건 나무 절굿공이야. 그리고 시작돼 — 케슈켁 뒤메(keş.. 2026. 8. 15.
[세계의 죽 한그릇 · 2편] 중국의 죽 — 쌀알이 사라져야 완성되는 광둥식 콘지의 세계 [세계의 죽 한그릇 · 2편] 중국의 죽 — 쌀알이 사라져야 완성되는 광둥식 콘지의 세계 있잖아, 아침 6시에 홍콩에 도착한다고 상상해봐.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버스 안, 창밖으로 이미 불 켜진 가게들이 보여. 그 중에 유독 많은 게 죽집이야. 문 열자마자 줄 서 있는 사람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 테이블마다 올려진 유탸오(油條 · 기름에 튀긴 밀가루 막대)가 그려지는 장면. 홍콩에서는 이게 아침 출근길 풍경이야.한국이라면 아침에 죽을 먹는 사람은 "몸 어디 안 좋아?" 소리를 듣겠지만, 광둥 문화권에선 정반대야. 죽은 가장 일상적인 아침 식사야. 아픈 사람만 먹는 게 아니라, 멀쩡한 회사원도, 친구들도, 가족도 — 아침에 죽집에 가는 게 그냥 밥 먹으러 가는 거야. 오늘은 그 풍경 안으로.. 2026. 8. 9.
쫀쿠의 밥상 26편_고추물에 새우를 담그다 — 아과치레의 모든 것 (여름 한 그릇 10편) 쫀쿠의 밥상 26편_고추물에 새우를 담그다 — 아과치레의 모든 것 (여름 한 그릇 10편)있잖아, 물(agua)과 고추(chile). 스페인어 두 단어를 붙이면 아과치레(aguachile)가 돼. '고추물'이라는 뜻이야. 이름이 이렇게 단순한데 왜 이 요리는 멕시코 미식계를 넘어 세계 파인다이닝 메뉴까지 올라갔을까? 그리고 더 흥미로운 질문이 있어. 세비체는 페루, 물회는 한국, 아과치레는 멕시코. 세 가지 음식은 제각각 독립적으로 발생했는데 어째서 그토록 닮았을까? 지난 편에서 중국의 회 문화가 어떻게 한국·일본으로 이어졌는지 봤잖아. 오늘은 그 이야기를 지구 반대편까지 확장해서, 한국의 물회·페루의 세비체·멕시코의 아과치레를 한 테이블 위에 올려볼게.🌶️ 아과치레의 기원 — 새우가 주인공이 아니었.. 2026. 8. 5.
쫀쿠의 밥상 24편_공자도 회를 먹었다 — 중국 생선회 문화의 탄생과 소멸(여름 한 그릇 9편) 쫀쿠의 밥상 24편_공자도 회를 먹었다 — 중국 생선회 문화의 탄생과 소멸(여름 한 그릇 9편)있잖아, 생선회를 먹으면 오랑캐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는 거 알아?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7세기 조선, 명나라 지원군 병사들은 조선 군사들이 생선을 날로 썰어 먹는 모습을 보고 코웃음을 쳤대. 광해군 시대 유몽인이 쓴 야담집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이런 대목이 있다고 전해지고, 비슷한 시기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도 "명나라 사람은 회를 먹지 않는다"는 구절이 등장한다고 알려져 있어. 그런데 정작 그 중국이 회(膾)라는 한자를 처음 만든 나라야. 기원전 8세기부터 공자, 이백, 소동파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동안 생선회를 찬양했던 나라가 중국이었어. 그런데 14세기 어느 순간, 중국의 식탁에서 생선.. 2026.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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