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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여는 세상

베이글, 넌 어디서 왔니? 폴란드 유대인의 빵이 런던 골목과 뉴욕을 거쳐 서울까지 온 이유

by myinfo29053 2026.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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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글, 넌 어디서 왔니? 폴란드 유대인의 빵이 런던 골목과 뉴욕을 거쳐 서울까지 온 이유


있잖아, 요즘 서울 곳곳에서 이상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어.

베이글, 넌 어디서 왔니?
베이글, 넌 어디서 왔니?

 

아침 일찍부터 빵집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데, 파는 건 케이크도 크루아상도 아닌 구멍 뚫린 동그란 빵이야. 베이글. 불과 5~6년 전만 해도 "다이어트 식단에 나오는 퍽퍽한 그 빵" 정도의 이미지였는데, 이제는 런던베이글뮤지엄, 코끼리베이글 같은 이름들이 SNS 피드를 가득 채우고 있지.

 

이 빵은 대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서울까지 흘러들어 온 걸까?


📍 시작은 폴란드 크라쿠프 — 17세기 유대인 마을의 빵

베이글의 고향은 뉴욕도, 런던도 아니야. 16~17세기 폴란드야. 더 정확히는 크라쿠프를 중심으로 모여 살던 아슈케나짐(Ashkenazi) 유대인 공동체에서 시작됐어. 폴란드는 역사적으로 유대인 이민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나라 중 하나였고, 크라쿠프에는 거대한 유대인 공동체가 형성됐어. 그들이 만들어 먹던 링 모양의 빵이 베이글의 원형이야.

17세기 폴란드 크라쿠프
17세기 폴란드 크라쿠프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그중 가장 재밌는 건 폴란드 왕 얀 3세 소비에스키와 관련된 이야기야. 1683년 오스만 제국의 빈 포위를 막아낸 왕을 기념해 유대인 제빵사가 왕이 좋아하는 말 등자(bügel, 독일어로 '등자') 모양으로 빵을 만들어 헌정했고, 그게 베이글(bugel → bagel)이 됐다는 거야. 확인된 정설은 아니지만, 빵 하나에 역사가 담겨 있다는 느낌이 꽤 근사하지 않아?

 

폴란드 전통 베이글은 지금도 크라쿠프 중앙광장에서 **오브바르자네크(Obwarzanek)**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어. 반죽을 꼬아서 링 모양으로 만들고, 삶은 뒤 소금·양귀비씨·참깨를 뿌려 구워. 크라쿠프 시내 노점에서 2~3즐로티(약 700원)에 살 수 있는 서민의 간식이야.


🇬🇧 런던 브릭레인 — 유대인 이주민의 골목에서 살아남은 두 가게

베이글 이야기에서 런던을 빼놓으면 안 돼.

 

19세기 말~20세기 초, 동유럽 유대인들이 대규모로 영국으로 이주하면서 런던 이스트엔드 스피탈필즈와 화이트채플 지역에 거대한 유대인 공동체가 형성됐어. 브릭레인(Brick Lane)은 그 중심지였어. 1960년대까지도 이스트엔드에 대규모 유대인 공동체가 살았고, 브릭레인 스피탈필즈 대회당은 유대인들의 신앙의 중심이었어 — 이 건물은 1976년 방글라데시 커뮤니티에 매각돼 지금도 모스크로 쓰이고 있어. 종교 이민자들이 켜켜이 쌓인 역사가 한 건물에 담겨 있는 거지.

 

그리고 유대인 공동체가 이스트엔드를 떠난 뒤에도 살아남은 게 있어. **브릭레인 159번지의 Beigel Bake(흰색)와 바로 두 칸 옆의 Beigel Shop(노란색)**이야.

Brick Lane 159번지 — 흰색과 노란색

 

Beigel Bake는 1974년 이스라엘에서 온 유대인 형제들이 설립한 24시간 베이글 가게야. 밀가루·물·소금·이스트만으로 만든 전통 방식, 먼저 삶고 오븐에 구워내는 방식을 지금도 그대로 지켜. 소금 쇠고기(salt beef)에 겨자를 듬뿍 얹은 베이글이 이 집의 시그니처야. 런던 사람들은 이 두 집을 "흰색"과 "노란색"으로 부르며, 어느 집 단골인지를 정체성처럼 여기기도 해.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영감을 받은 게 바로 이 브릭레인의 오래된 베이글 가게 감성이야. 긴 줄, 간결한 메뉴판, 오래된 인테리어 — 그 문화적 코드를 안국동 골목에 이식한 거지.


🗽 가방 속의 빵 —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로의 대이동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폴란드와 동유럽의 유대인들이 대규모로 미국으로도 이주했어.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 — 수십만 명의 유대인 이민자들이 맨해튼 남쪽 좁은 골목에 빽빽이 모여 살면서 고향의 음식 문화를 그대로 가져왔어. 그중 하나가 베이글이었지.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 — 가방 속의 빵

 

1900년대 초, 뉴욕에 정착한 폴란드계 유대인 제빵사들은 **베이글 베이커 조합(Local 338)**을 설립했어. 이 조합은 매우 강력해서 조합원들만 베이글을 만들 수 있었고, 뉴욕 내 베이글 생산을 사실상 독점했어. 로어이스트사이드 거리에는 베이글 행상들이 긴 막대에 베이글을 꿰어 들고 다니며 팔았어.

 

이게 러스앤도터스(Russ & Daughters) 같은 전설적인 뉴욕 유대인 식재료 가게들과 함께 뉴욕 베이글 문화의 뿌리가 됐어. 러스앤도터스는 1914년 개업해 지금도 로어이스트사이드에서 영업 중인 100년 넘은 가게야.


🧀 필라델피아 크림치즈의 반전 — 필라델피아에서 안 만들었어

뉴욕 베이글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크림치즈야.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어 —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는 필라델피아에서 만든 게 아니야.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는 필라델피아에서 안 만들었어

1872년, 뉴욕주의 낙농가 윌리엄 로렌스가 프랑스 치즈 뇌샤텔을 모방하려다 우연히 더 진하고 부드러운 치즈를 만들어냈어. 뉴욕에서 만들었는데 이름을 '필라델피아'로 붙인 이유는 당시 펜실베이니아가 고품질 낙농제품의 대명사였기 때문이야. 브랜드 전략이었던 거지.

 

이 크림치즈가 뉴욕 유대인 베이글 문화와 만나면서 **베이글 + 크림치즈 + 훈제연어(lox)**라는 뉴욕의 아침 공식이 탄생했어.


✡️ 왜 베이글은 유대인의 빵이 됐을까 — 코셔 이야기

베이글이 유대인 문화와 뗄 수 없는 이유에는 단순한 역사 이상의 종교적 논리가 있어.

 

코셔(Kosher) — 유대교의 식사 율법이야. 핵심은 크게 세 가지야. 첫째, 발굽이 갈라지고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만 먹을 수 있어 — 돼지는 발굽은 갈라지지만 되새김질을 안 해서 금지야. 둘째, 고기와 유제품을 절대 함께 먹을 수 없어 — 치즈버거는 유대교에서 금지 음식이야. 셋째, 코셔 도살법을 따른 방식으로 처리된 고기만 허용돼.

Kosher 코셔 vs Halal 할랄 식사 율법 비교

 

베이글은 이 코셔 규정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중립 음식(파르베, Pareve)**이야. 밀가루·물·소금·이스트만으로 만들어 고기도 유제품도 없어.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바른 유제품 식사로도, 훈제연어나 고기를 올려 육류 식사로도 먹을 수 있어. 코셔를 지키는 유대인들에게 베이글은 어느 식사에나 자유롭게 곁들일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빵이었던 거야.

 

**할랄(Halal)**과 코셔는 자주 비교돼. 이슬람 율법에 따른 할랄도 돼지고기를 금지하고 특정 도살 방식을 요구해.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어 — 할랄에서는 고기와 유제품을 함께 먹어도 괜찮아. 그래서 치즈버거는 할랄이 될 수 있지만 코셔는 될 수 없어. 또 할랄은 알코올을 엄격히 금지하지만, 코셔에서는 특정 방식으로 만들어진 코셔 와인은 허용돼.

 

두 식문화 모두 "뭘 먹느냐"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신에 대한 경외와 공동체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이야.


🌍 베이글의 지역 스타일 — 냉면처럼 읽어야 해

베이글은 평양냉면 vs 함흥냉면처럼 지역적 정체성과 철학을 가진 음식이야.

4가지 베이글 스타일 — 뉴욕·몬트리올·런던·한국
4가지 베이글 스타일 — 뉴욕·몬트리올·런던·한국

 

뉴욕 베이글 — 고글루텐 밀가루로 반죽을 만들고 베이킹소다·꿀·소금물에 삶은 뒤 오븐에서 구워. 크고(지름 10cm+), 겉이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고, 쫄깃하고 단단한 식감이야. "제대로 된 베이글은 삶아야 한다"는 게 뉴욕 베이글 장인들의 철학이야.

 

몬트리올 베이글 — 뉴욕 베이글과 같은 계열이지만, 꿀물에 삶고 장작 화덕에 굽는 게 차이야. 크기가 더 작고 납작하며 구멍이 크고, 소금을 거의 안 써서 더 달콤해.

 

런던 브릭레인 베이글 — Beigel Bake의 전통 방식이야. 삶은 뒤 오븐에서 굽는 건 뉴욕식과 같은데, 결과물은 더 얇고 쫄깃해. 소금 쇠고기에 겨자를 얹어 먹는 게 런던 방식이야. 빵보다 필링이 주인공이라는 말도 있어.

 

런던베이글뮤지엄 (한국형) — 엄밀히 말하면 런던의 전통 베이글 스타일이라기보다는 한국에서 탄생한 새로운 카테고리야. 브릭레인의 오래된 베이글 가게 감성을 인테리어로 가져왔지만, 빵 자체는 훨씬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으로 한국인 입맛에 맞게 조정됐어. 부대찌개가 미군 부대 음식을 한국화한 것처럼.

 

스타일 방식 식감 특징

뉴욕 소다·꿀·소금물에 삶고 구워 크고 쫄깃, 겉 단단 고글루텐, 전통 유대인 방식
몬트리올 꿀물에 삶고 장작 화덕 작고 납작, 달콤, 바삭 소금 적음, 구멍 더 큼
런던 브릭레인 삶고 오븐 얇고 쫄깃 소금 쇠고기·크림치즈 필링
런던베이글뮤지엄(한국형) 조정된 공정 부드럽고 촉촉 한국 입맛 특화, 다양한 크림치즈
폴란드 오브바르자네크 삶기 후 굽기 얇고 바삭 꼬인 반죽, 씨앗 토핑

🇰🇷 2021년 서울 — 베이글이 다시 태어나다

한국에서 베이글은 원래 인기 없었어. 2010년대까지만 해도 "퍽퍽하고 아무 맛 없는 다이어트 빵" 취급이었지. 그러다 2021년 9월,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안국동에 문을 열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어.

2021년 서울 안국동 — 베이글이 다시 태어나다

 

흥미로운 건, 런던베이글뮤지엄이 '런던'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 고유의 브랜드라는 점이야. 브릭레인의 오래된 베이글 가게 감성을 인테리어에 담았지만, 빵 자체는 한국인 입맛에 맞게 완전히 재창조됐어.

 

베이글은 지금 각자의 스타일 지지자들이 생겨나고 있어. "뉴욕파"는 쫄깃하고 단단한 정통을 고수하고, "런던(한국형)파"는 부드럽고 촉촉한 게 맞다고 해. 폴란드 화덕파는 바삭한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하지. 어느 것이 더 낫다는 게 아니라, 각자의 역사와 문화가 만들어낸 각자의 정답이 있는 거야.


유대인 이민자 커뮤니티의 더 깊은 경제 이야기 → 오십보의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 — 유대인 이민자와 백화점의 탄생에서 베이글을 들고 로어이스트사이드에 정착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봐.

유대인 이름에 숨은 브랜드 철학이 궁금하다면 → 이안박의 유대인 성씨 이야기에서 이어서 읽어봐.

베이글의 원료 크림치즈가 어떻게 치즈케이크의 주인공이 됐는지 → 굳힘의 과학 — 치즈케이크, 카세인과 달걀이 만나면 생기는 일에서 같은 크림치즈의 다른 여행을 읽어봐.


🥯 마무리: 폴란드 골목에서 서울 골목까지

"17세기 크라쿠프 유대인 마을" → "런던 브릭레인의 두 가게" →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조합" → "안국동의 긴 줄"

베이글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다음에 베이글 한 입 베어물 때, 이렇게 한 번 생각해봐:

400년 이민의 역사, 구멍 하나에 담기다

 

"이 구멍 하나에 400년 이민의 역사가 담겨 있구나." "런던 브릭레인에서 24시간 줄 서는 사람들과 안국동 줄이 같은 DNA구나." "베이글이 코셔 음식이어서 유대인들에게 그렇게 중요했던 거구나."

 

베이글은 단순한 구멍 뚫린 빵이 아니야. 쫓겨다니면서도 음식 문화를 지켜낸 사람들이 어디를 가든 들고 다닌 정체성이야. 밀가루 한 줌, 꿀물 한 솥, 그리고 이민자의 손목 힘. 그 조합이 오늘 서울 골목 줄 앞에서도 살아있어.

 

너희가 제일 좋아하는 베이글 스타일이나 토핑은 뭐야? 댓글로 알려줘! 쫀쿠는 오늘도 크림치즈를 얼마나 바를지 고민 중 🥯✨ 다음 모험에서 또 만나! 📚✨

 

오늘도 쫀쿠는 맛있는 모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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