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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펜트리

고구마 — 효자 뿌리의 세계 정복기, 이름부터 소주까지

by myinfo29053 2026.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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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 효자 뿌리의 세계 정복기, 이름부터 소주까지


있잖아, 지난 감자 이야기에서 안데스 고원에서 출발한 뿌리 하나가 아일랜드의 운명을 바꾸고 전 세계 식탁을 점령한 이야기를 했잖아. 오늘은 그 감자의 사촌쯤 되는 것 같지만 사실 식물학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집안인 고구마 이야기야.

 

고구마와 감자는 겉모습만 비슷한 남남 사이야. 감자는 가지과(Solanaceae), 고구마는 메꽃과(Convolvulaceae)거든. 줄기가 변형된 덩이줄기(tuber)인 감자와 달리, 고구마는 뿌리 자체가 비대해진 괴근(塊根)이야. 같은 "뿌리채소"라고 불려도 만들어지는 원리부터 다른 셈이지.

군고구마·이모쇼추·세계 음식 3단 구성

 

그런데 이 둘은 한국어에서 오래도록 서로의 이름을 빌리고 헷갈리며 아주 복잡한 역사를 걸어왔어. 특히 제주도에서는 감자를 고구마라 부르고 고구마를 또 다른 이름으로 불러서 처음 가는 육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곤 했지. 이름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게.


📜 이름의 뿌리 — "고구마"는 순우리말이 아니야

많은 사람들이 "고구마"를 순우리말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이 이름에는 아주 기묘한 언어 여행이 숨어 있어.

 

고구마가 조선에 들어온 건 1763년(영조 39년)의 일이야. 조선통신사로 일본 에도막부에 파견됐던 조엄(趙曮)이 대마도(쓰시마)에서 처음 이 작물을 발견해. 그는 이 작물의 가치를 바로 알아봤어. 흉년이 잦았던 조선 백성들에게 이 든든한 구황작물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직감한 거지. 조엄은 고구마를 구해 부산으로 먼저 보내고, 자신이 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도 직접 고구마를 챙겨 재배법까지 전수했어.

조엄 도입 – 1763년 조선통신사, 종저보(種藷譜)

 

이 작물에 붙은 이름이 흥미로워. 쓰시마(대마도)의 방언으로 고구마를 "코코이모(こうこういも, 孝行藷)"라고 불렀어. '孝行(효행)'은 '부모에게 효도한다'는 뜻이고, '芋(이모)'는 토란이나 마 같은 뿌리 식물을 뜻하는 일본어야. 합치면 "효자 뿌리"가 되는 거지.

이름의 뿌리 – 대마도 코코이모(孝行芋) → 조선 고구마 음성 변화

 

가난한 효자가 이 뿌리로 부모를 봉양했다는 민간 설화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이 유력해. 이 "코코이모"가 조선으로 건너오면서 "고구마"로 소리가 변했다는 게 유력한 설이야. 다만 어원 연구에서는 이 외에도 다른 지명·설화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함께 언급되기도 해서, 하나로 완전히 못 박기보다는 여러 설 중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로 이해하는 게 정확해.

 

한자로는 감저(甘藷, 단 감 / 마 저)라고 기록했는데, '달달한 마'라는 뜻이야. 지식인들은 한자어로 기록하고, 일반 백성들은 소리 나는 대로 "고구마"라 불렀던 거지. 같은 작물을 두고 기록과 구어가 완전히 달랐던, 조선식 이중언어 현상이 벌어진 셈이야.


🌋 제주도의 대혼란 — 감저, 지슬, 그리고 감자

이제 본론 중의 본론, 제주도 이야기야. 제주에서 할머니한테 "감저 먹을래?" 하면 고구마를 내오고, "지슬 먹을래?" 하면 감자를 내온다는 거 알고 있었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제주 혼란 – 육지(고구마/감자) vs 제주(감저/지슬) 비교표

 

고구마가 제주도에 들어올 때는 조엄처럼 작물을 직접 들고 들어온 게 아니라, 관료를 통해 문서와 재배법이 전해졌어. 그러다 보니 구어인 "고구마"가 아니라 한자 기록어인 "감저(甘藷)"만 제주에 전해졌지. 제주 사람들은 당연히 이 작물을 "감저"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흐른 뒤, 한반도에 감자(potato)가 들어왔어. 육지 사람들은 이 새 작물이 고구마와 비슷하게 생겼다며 고구마의 한자어를 빌려 "북감저", "감자" 등으로 부르기 시작했어. 그런데 제주에서는 이미 고구마가 "감저"였잖아. 새로 들어온 감자(potato)를 "감저"라고 부를 수가 없었던 거야. 혼동이 생길 테니까.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새 작물에게 직접 새 이름을 만들어줬어. "땅에서 나는 열매"라는 뜻의 지실(地實)이라는 말을 만들어냈고, 이게 세월이 흐르면서 "지슬"이 됐어. 제주4·3을 다룬 오멸 감독의 영화 제목 《지슬》이 바로 이 제주 방언 감자에서 온 거야.

 

정리하면 이래.

 

지역 고구마(sweet potato) 감자(potato)

육지(표준어) 고구마 감자
제주도 방언 감저(감져) 지슬

 

이 혼란의 뿌리는 결국 하나야. 고구마가 먼저 들어왔고 그 이름을 선점해버렸기 때문에, 뒤에 들어온 감자가 새 이름을 받아야 했던 거지. 언어에서 먼저 온 것이 이름을 갖는다는 단순한 진리가, 제주도와 육지에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적용된 결과인 셈이야.


🍠 고구마가 조선을 구황했다

조엄이 들여온 고구마는 조선 후기 백성들에게 말 그대로 생명줄이었어. 병충해에 강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수확량이 풍성했거든. "한 평 땅에서 감자 한 자루, 고구마는 두 자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산성이 탁월했다고 해.

식물학 비교 – 메꽃과 괴근(고구마) vs 가지과 덩이줄기(감자)

 

특히 제주에서는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고구마 재배가 급격히 확대됐어. 당시 고구마가 구황작물이자 산업 작물로 적극 장려됐고,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다른 지역까지 공급되기 시작했지.

 

고구마는 쌀이 귀하던 시절 민중의 밥상을 지켜준 든든한 뿌리였어. 삶아 먹고 쪄 먹고 구워 먹고, 말려서 고구마 말랭이로 겨울을 났지. 조선시대 기록인 《종저보(種藷譜)》에는 고구마 재배법뿐 아니라 소주를 빚는 방법까지 소개될 정도로, 활용도가 어마어마했어.


🍶 고구마 소주 이야기 — 사쓰마의 이모쇼추부터 한국 소주의 비밀까지

이 부분이 정말 흥미로워. 고구마와 소주의 관계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깊거든.

 

일본 규슈(九州), 특히 가고시마(鹿児島)는 고구마 소주의 성지야. 가고시마의 옛 이름이 사쓰마(薩摩)이기 때문에 이모쇼추는 종종 "사쓰마 소주"라고도 불려. 18세기에 류큐(오키나와)에서 전해진 증류 기술이 고구마와 만나면서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어.

 

이모쇼추는 고구마를 직접 발효시켜 단식 증류기로 한 번만 증류하는 본격 소주(本格焼酎)야. 도수는 대개 25도 전후이고, 고구마 특유의 흙내음 같은 향과 은근한 단맛이 매력적이야. 2024년 12월, 일본의 본격 소주와 니혼슈를 포함한 전통적 양조 기술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일본 내에서 자랑스러운 전통주로 자리 잡고 있어.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 우리가 편의점에서 쉽게 사는 희석식 소주에도 고구마가 연결돼 있어. 희석식 소주는 주정(酒精, ethanol)을 물에 타서 만드는 방식이야. 이 주정은 시대와 회사에 따라 쌀·보리·고구마·타피오카(카사바)·사탕수수 등 여러 전분 작물을 섞어 쓰는데, 고구마도 오랫동안 중요한 원료 가운데 하나였어. 1909년 한국통감부의 주세법 발표 이후, 쌀의 사용이 여러 제약을 받는 가운데 고구마 등 서류(薯類) 작물을 활용한 주정 생산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고구마는 당분 함량이 높아서 에탄올 원료로 효율이 좋았거든.

 

현재는 주정 원료 구성이 회사나 로트별로 계속 달라지고 있고 타피오카 비중도 커서, "지금 마시는 소주에 반드시 고구마가 들어있다"기보다는 "고구마가 한때, 그리고 지금도 종종 쓰이는 주정 원료 중 하나"라고 이해하는 게 정확해.

소주 비교 – 일본 본격 소주(이모쇼추) vs 한국 희석식 소주(주정)

 

일본 이모쇼추 vs 한국 희석식 소주 비교

구분 일본 이모쇼추(芋焼酎) 한국 희석식 소주

방식 고구마 직접 발효 → 단식 증류 주정(에탄올) + 물 희석
원료 고구마 + 코지(麹) 주정(쌀·고구마·타피오카 등) + 첨가물
도수 25도 전후 16~25도
향미 고구마 특유 향, 흙내음, 단맛 무향·중성적
성격 지역 특산 전통주 대중 공산품
유네스코 2024년 무형문화유산 등재

🌍 전 세계 고구마 밥상 — 이 뿌리는 국경을 모른다

고구마의 원산지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로, 수천 년 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콜럼버스의 항해 이후 유럽을 거쳐 전 세계로 퍼졌고,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고구마 생산국으로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갖고 있어.

각 나라가 고구마를 어떻게 먹는지 보면 정말 재밌어.

세계 요리 – 군고구마·다이가쿠이모·마시멜로 캐서롤·할로할로·수에트파타츠·쿠마라

 

한국은 군고구마(직화·오븐), 찐 고구마, 고구마 말랭이, 고구마 라떼, 고구마 케이크, 고구마 전, 맛탕(캐러멜 코팅)이 있어. 요즘은 카페의 고구마 크림 음료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건 다이가쿠이모(大学芋, 대학 고구마)야. 도쿄 대학교 인근에서 가난한 대학생들이 즐겨 먹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어. 고구마를 튀긴 뒤 시럽으로 코팅하고 참깨를 뿌린 달달한 간식으로, 한국의 맛탕과 비슷하지만 더 끈적하고 윤기 나는 게 특징이야. 겨울마다 야키이모(焼き芋) 트럭이 동네를 도는 것도 유명한 풍경이지.

 

미국에는 추수감사절 밥상에 빠질 수 없는 스위트 포테이토 캐서롤(Sweet Potato Casserole)이 있어. 으깬 고구마 위에 마시멜로를 올려 오븐에 구운 이 요리는 처음 보면 "이게 디저트야, 반찬이야?" 싶은데, 미국인들은 진지하게 밥반찬으로 먹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고구마는 중요한 주식 중 하나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수에트파타츠(Soetpatats)라는 이름으로 고구마를 삶거나 구워 사이드 디시로 먹고, 동·서아프리카에서는 고구마잎을 채소로 먹기도 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고구마순을 나물로 먹는 것과 비슷한 발상이지.

 

태평양 폴리네시아에서는 고구마를 쿠마라(Kūmara)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뉴질랜드 마오리 원주민에게는 신성한 작물로 여겨져. 폴리네시아 곳곳에서 비슷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쿠마라는, 폴리네시아인과 남미 원주민이 콜럼버스 이전 시기에 이미 교류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로도 자주 언급돼. (다만 이건 여러 연구가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가설이지, 완전히 입증된 정설은 아니야.)

 

필리핀에서는 고구마를 카모테(Camote)라고 불러. 삶거나 쪄 먹기도 하지만, 카모테 탑처럼 잎과 줄기까지 통으로 활용해.

 

전 세계 고구마 활용 요약

나라/지역 대표 요리/방식 특징

한국 군고구마, 맛탕, 고구마 라떼 군고구마 문화 발달
일본 다이가쿠이모, 야키이모 캐러멜 시럽 코팅, 이모쇼추
미국 스위트 포테이토 캐서롤 마시멜로 토핑, 추수감사절
아프리카 수에트파타츠, 구이·삶기 잎까지 식용
태평양·마오리 쿠마라(Kūmara) 전통적으로 신성시된 작물
필리핀 카모테(Camote) 잎과 줄기까지 활용
중국 홍서(紅薯) 삶기·구이, 탕수 세계 최대 생산국

🟣 그래서 우베는 고구마야, 아니야?

요즘 카페에서 보라색 음료를 보면 "우베" 또는 "자색고구마"라는 말이 붙어 있지. 이 둘이 같은 건지 다른 건지 정말 헷갈리는 사람이 많아. 결론부터 말하면, 우베와 자색고구마는 완전히 다른 식물이야.

우베 vs 자색고구마 – Dioscorea alata(참마류) vs Ipomoea batatas(메꽃과) 명확 구분

 

우베(Ube)는 필리핀어로, 필리핀에서 오래전부터 전통 디저트에 사용해온 자색 참마(紫色 薯蕷)야. 학명은 Dioscorea alata로, 고구마(Ipomoea batatas)와는 속(屬)부터 다른 전혀 다른 식물이야. 참마류(Dioscorea)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식물학적으로는 마(山藥)와 더 가까운 친척이야.

 

자색고구마는 이름 그대로 보라색 과육을 가진 고구마(Ipomoea batatas)야. 보랏빛은 안토시아닌 색소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라색 품종으로 개량된 고구마지.

 

둘 다 보라색이고 안토시아닌을 함유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자주 혼동되지만, 맛과 향에서 차이가 분명해.

 

구분 우베(Ube) 자색고구마

학명 Dioscorea alata Ipomoea batatas(자색 품종)
식물 계통 참마류(마과) 고구마(메꽃과)
원산지 동남아시아(필리핀 중심) 중앙아메리카
색상 선명한 보라·바이올렛 짙은 자주~보라
맛과 향 견과류 향, 바닐라 뉘앙스, 크리미 달달하고 고소한 고구마 맛
대표 음식 할로할로, 우베 아이스크림, 우베 케이크 고구마 케이크, 자색 라떼
한국 내 유통 검역 문제로 생물 유통 거의 안 됨, 파우더·페이스트 위주 국내 재배 가능

 

우베는 필리핀의 전통 빙수 할로할로(Halo-Halo)에 필수로 들어가는 재료이고, 최근 글로벌 식품 트렌드에서 주목받는 '컬러 푸드'로 인기가 높아. 국내에서는 검역 문제 때문에 생 우베 뿌리는 거의 유통되지 않고, 대부분 파우더나 페이스트 형태로만 수입·사용되고 있어. 카페에서 "우베 라떼"라고 판매되는 제품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자색고구마 분말이나 색소로 만든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야. 음료를 주문하기 전에 한번 물어봐도 재밌는 경험이 될 거야. 😄


무·열무·비트로 시작한 뿌리채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쫀쿠의 무·열무·비트, 땅속에서 온 뿌리채소 삼형제도 함께 봐.

갯무꽃과 순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쫀쿠의 갯무꽃과 순무도 이어서 봐.

감자 한 알이 바꾼 아일랜드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 쫀쿠의 아이리시 스튜, 감자 대기근 이야기도 참고해봐.

안데스 산맥의 황금 덩이줄기 감자가 조선 산골에 닿기까지 → 쫀쿠의 감자편도 봐.


🎨 마무리: 효자 뿌리 하나가 품은 여러 나라의 이야기

"쓰시마의 코코이모" → "조엄의 조선 반입" → "제주의 감저와 지슬" → "종저보의 소주법" → "사쓰마의 이모쇼추" → "미국의 마시멜로 캐서롤" → "필리핀의 우베와의 혼동"

BC 3000년 중남미 → 콜럼버스 → 유럽·아프리카 → 일본·쓰시마 → 1763년 조선 → 현재

"효자 뿌리라는 이름을 달고 대마도에서 조선으로 건너온 이 작물은, 제주에서 이름 혼란을 일으키고, 소주의 역사와 연결되고, 지구 반대편에서는 마시멜로를 만나 추수감사절 밥상에 오르고 있어."

 

고구마 한 개에 이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니, 새삼 놀랍지 않아?

너희 집은 고구마 어떻게 먹는 걸 제일 좋아해? 댓글로 알려줘! 🍠

 

오늘도 쫀쿠는 맛있는 모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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