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 안데스 산맥의 황금 덩이줄기가 조선 산골에 닿기까지
있잖아, 오늘 뭐 먹었어? 아침에 계란 후라이 하나 올린 토스트? 점심엔 국밥에 깍두기? 저녁엔 된장찌개?

어디선가 감자가 한 조각은 들어갔을 거야. 된장찌개 속에 투박하게 썰어 넣은 그 감자, 편의점 주먹밥 옆에 놓인 감자칩, 분식집 떡볶이 냄비 귀퉁이에 슬쩍 들어간 감자 —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감자를 먹고 있는데 정작 이 덩이줄기의 기원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
지금 이 계절, 강원도에서는 갓 캐낸 감자로 만든 옹심이가 모락모락 김을 내뿜고 있고, 유럽에서는 같은 재료로 뇨끼를 반죽하고 있고, 페루에서는 5,000년 전부터 내려온 방식으로 카우사를 빚고 있어. 같은 감자, 다른 세계. 오늘은 그 긴 여정을 따라가 보자.
🥔 잠깐, 감자는 뿌리가 아니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감자는 사실 뿌리가 아니야. 😮

무·당근·비트·순무처럼 땅속으로 뻗어내린 진짜 뿌리(root)가 변형된 것들을 뿌리채소라고 하는데, 감자는 달라. 감자는 줄기(stem)가 땅속에서 부풀어 오른 덩이줄기(tuber)야. 학술 용어로는 지하경(地下莖), 즉 땅속 줄기라고 해.
증거가 있어. 감자 표면에 오목오목 파인 눈(眼, eye) 보이지? 거기서 싹이 나. 뿌리에서는 싹이 나지 않아, 줄기에서만 나지. 비교해보면 고구마는 뿌리가 변형된 덩이뿌리(tuberous root)야. 감자와 고구마, 이름도 비슷하고 생긴 것도 비슷한데 식물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영양분을 저장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또 하나 재밌는 사실 — 감자는 가지과(Solanaceae) 식물이야. 가지, 토마토, 고추, 피망, 심지어 담배와 같은 과야. 더 놀라운 건 벨라돈나(Belladonna)라는 독초도 같은 가지과라는 것. 감자 싹에 독이 있는 이유가 여기서 나와. 이 이야기는 뒤에서 더 자세히 할게. ☠️
🏔️ 기원전 5,000년, 안데스 고원에서 시작된 이야기
감자의 고향은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이야. 페루와 볼리비아의 경계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 주변 고원지대 — 해발 3,000~4,000m의 척박하고 추운 땅에서 기원전 5,000년경, 인디헤나(원주민)들이 처음 감자를 재배하기 시작했어.

잉카 제국이 번성하던 시절, 감자는 단순한 작물이 아니었어. 잉카인들은 감자를 추뇨(Chuño)라는 방식으로 보존했어. 밤의 냉기로 얼리고 낮의 햇볕에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수분을 완전히 제거한 일종의 동결건조 감자야. 이 추뇨는 몇 년이고 보관이 가능해서 전쟁 식량으로, 가뭄 대비 비축 식량으로 쓰였어. 인류 최초의 즉석식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 😄
당시 안데스 고원에는 지금 마트에서 보는 감자 하나가 아니라 3,000종이 넘는 감자 품종이 자라고 있었어. 자색, 황색, 분홍, 흰색, 줄무늬 — 그야말로 감자의 천국이었지. 지금도 페루는 3,000종 이상의 감자 품종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감자 유전자 보고야.
😱 악마의 열매? 유럽이 감자를 두려워했던 100년
1532년, 스페인 정복자 피사로(Francisco Pizarro)가 잉카 제국을 침략했어. 금과 은을 약탈하는 와중에 스페인 사람들은 이 이상한 땅속 덩이도 함께 챙겼어. 그렇게 1560~1570년경, 감자가 처음으로 유럽 땅을 밟았어.
그런데 유럽인들의 반응은 냉담했어. 아니, 냉담을 넘어 공포에 가까웠지.

첫 번째 이유는 외모였어. 땅속에서 나온 울퉁불퉁하고 흙투성이인 이 덩어리가 도무지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았거든. 두 번째 이유는 종교였어. 성경에 감자가 언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악마의 식물"이라는 소문이 돌았어. 세 번째 이유는 식물학적 의심이었어 — 가지과에 속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독초 아니냐?"는 의혹이 생겼지. 실제로 감자 잎과 열매(녹색 작은 토마토 같은 것)에는 독성이 있으니, 그 의심이 아주 근거 없는 건 아니었어.
재밌는 건 감자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거야. 봄에 감자밭에 하얀 꽃(또는 자주색 꽃)이 피는데, 그 열매는 녹색의 작은 토마토처럼 생겼어. 이 열매에는 솔라닌이 특히 많이 들어있어서 절대 먹으면 안 돼. 감자가 꽃도 열매도 없이 자라는 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이렇게 지상부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이야.
결국 유럽에서 감자는 거의 100년 이상 천덕꾸러기 신세였어. 사람은 안 먹고 돼지나 주는 작물로 취급받았지.
🌸 파르망티에와 마리 앙투아네트 — 감자를 구한 마케팅의 천재
이 상황을 완전히 뒤바꾼 사람이 있어. 프랑스의 약사이자 농학자인 앙투안 파르망티에(Antoine-Augustin Parmentier, 1737~1813)야.

파르망티에는 7년 전쟁 중 프로이센 포로로 잡혀 있던 시절, 독일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감자를 접했어. "이게 이렇게 맛있고 영양가 있는데 왜 프랑스에서는 안 먹지?" 그는 프랑스로 돌아와 감자 보급에 인생을 걸었어.
문제는 프랑스 사람들이 워낙 감자를 혐오한다는 것. 그래서 파르망티에가 쓴 방법은 역발상 마케팅이었어. 🌸 유명한 일화에 따르면, 그는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설득해서 왕과 왕비가 감자꽃을 몸에 달고 베르사유 궁전을 거닐게 했대. 루이 16세는 감자꽃을 단추 구멍에 꽂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머리에 감자꽃을 장식했대. 왕실이 하는 건 유행이 되는 시대였으니, 귀족들이 앞다퉈 감자꽃을 달기 시작했어.
또 하나의 유명한 일화도 있어. 파르망티에는 파리 외곽에 감자밭을 가꾸면서, 낮에는 병사들이 밭을 지키게 하고 밤에는 일부러 경비를 두지 않았대. 그러자 사람들이 "병사까지 지킬 정도면 뭔가 특별한 것임에 틀림없다"며 밤중에 몰래 감자를 훔쳐 먹기 시작했고 — 그게 퍼지면서 감자가 대중화됐어. 파르망티에는 처음부터 그걸 계산하고 일부러 밤에 경비를 뺀 거야. 역사상 가장 성공한 바이럴 마케팅 중 하나라고도 불려. 😄 (다만 이 두 일화 모두 후대에 각색·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는 '유명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게 정확해.)
오늘날 프랑스 요리에서 파르망티에(Parmentier)가 이름에 들어가면 감자가 들어간 요리야. 아쉬 파르망티에(Hachis Parmentier)는 프랑스식 감자 파이 — 그 이름이 이 사람에게서 왔어.
🇰🇷 조선에 감자가 온 날 — 1824년의 수수께끼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언제 감자가 왔을까? 고구마는 조선왕조실록에 정확한 전래 기록이 있는 것과 달리, 감자의 조선 유입 경로는 지금도 논란이야. 가장 유력한 설은 청나라 경로야. 1824~1825년경 함경도와 평안도 일대에서 청나라를 통해 감자가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어. 북방 국경 지대의 무역상들이 가져왔다는 설이지. 이 외에도 다른 경로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학설들도 있지만, 청나라 경로가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이야.
당시 감자를 "북쪽에서 온 덩이"라는 뜻으로 "북저(北藷)"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땅속의 감(甘)"이라는 뜻에서 "감자"가 됐다는 설도 있어.
어느 경로가 되었든, 조선에 들어온 감자는 강원도 산간지방과 북방 지역에서 폭발적으로 퍼졌어. 이유는 단순해 — 쌀농사가 거의 불가능한 험준한 산악 지형과 짧은 일조량에서도 감자는 잘 자랐거든. 척박한 땅에서 몇 달 만에 먹을 수 있는 구황작물(救荒作物) — 기근을 구하는 작물 — 로서 감자보다 더 완벽한 것은 없었어.
강원도와 감자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건, 그렇게 200년의 역사가 쌓인 결과야. 🏔️
⚠️ 싹 난 감자를 먹으면 안 되는 진짜 이유 — 솔라닌 경고
이제 아주 실용적이고 중요한 이야기를 해볼게. 냉장고나 베란다에 두었다가 싹이 난 감자, 혹시 그냥 싹 부분만 잘라내고 먹진 않아? ⚠️

감자에는 솔라닌(Solanine)이라는 천연 독성 물질이 소량 들어 있어. 평소에는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지만, 문제는 싹이 날 때야. 감자 눈 주변과 초록빛으로 변한 부분에 솔라닌이 급격히 증가해. 그리고 솔라닌의 무서운 점은 가열해도 분해되지 않는다는 거야. 삶든 굽든 튀기든 그대로 남아 있어.
솔라닌을 일정량 이상 섭취하면 구역질, 구토, 복통, 어지러움, 심한 경우 신경계 이상까지 일어날 수 있어. 가지과 식물인 감자가 독초 벨라돈나와 한 가족인 게 이런 순간에 느껴지지.
올바른 대처법은 이래. 싹이 난 눈 부위는 눈 주변 깊숙하게 파내어 완전히 제거해야 해. 싹 끝만 살짝 떼는 건 충분하지 않아. 껍질이 초록빛으로 변한 감자는 그 부분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솔라닌이 퍼져 있을 수 있어서 가급적 섭취를 피하는 게 안전해. 싹이 많이 나고 감자 자체가 쪼글쪼글해졌다면 과감하게 버려.
그렇다면 싹이 나지 않게 올바르게 보관하려면? 감자는 7~10℃의 서늘하고 어두운 곳이 최적이야. 빛에 노출되면 초록색으로 변하면서 솔라닌이 생성되기 때문에 직사광선을 피해야 해. 일반 냉장고 냉장실(0~5℃)은 너무 차가워서 전분이 당으로 변하고 조리 시 갈변이 심해지니 피하는 게 좋아. 다만 김치냉장고 야채칸처럼 7℃ 전후로 유지되는 곳이라면 괜찮아. 사과나 배와 함께 보관하면 에틸렌 가스가 싹을 억제해준다는 것도 꿀팁이야! 🍎
🥔 한국의 감자 품종 이야기 — 수미부터 자색감자까지
"감자가 다 같은 감자지 뭐" 할 수도 있는데, 사실 감자 품종에 따라 맛도 식감도 어울리는 요리도 완전히 달라.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주요 감자 품종들을 만나볼게.

**수미(秀美)**는 국내 감자 시장의 약 60~70%를 점유하는 압도적 1위 품종이야. 껍질은 담황색, 속살은 하얀색이고 분이 적당하면서 수분도 있어서 조림·국·볶음 어디에든 무난하게 쓸 수 있어. 마트에서 그냥 "감자"라고 팔면 대부분 수미야.
두백은 분이 많은 분질 감자야. 전분 함량이 높고 환원당이 적어서 감자칩·감자전·감자튀김에 최고의 결과를 내. "밤감자"라고도 불리는데, 쪄 먹으면 푸슬푸슬하게 터지면서 입 안에서 녹는 그 식감이 일품이야. 옛날 품종인 남작이 이 계열인데, 남작이라는 이름은 일본에서 들어온 품종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해방 이후에도 오래 재배되다가 수미 품종이 널리 보급되면서 점차 비중이 줄어들었어.
하령은 속살이 노란빛이고 달달한 맛이 특징이야. 달걀 노른자 같은 색이 나서 비주얼도 예쁘고, 감자샐러드나 수프로 만들면 색감도 맛도 업그레이드돼.
홍감자와 자색감자는 껍질과 속살이 각각 붉은색, 보랏빛이야. 안토시아닌이 풍부해서 항산화 효과가 있고, 일반 감자보다 재배 기간이 더 긴 편이야. 수확량도 적고 키우기도 까다로워 가격이 높지만, 샐러드나 찜 요리에 쓰면 색감이 화려해서 요리의 품격이 올라가. 💜
품종 속살 색 특징 어울리는 요리
| 수미 | 흰색 | 국내 60~70% 점유, 무난 | 국·조림·볶음·찜 |
| 두백(남작 계열) | 흰색·분질 | 전분 높음, 푸슬푸슬 | 감자칩·감자전·구이 |
| 하령 | 노란색 | 달콤한 맛 | 수프·샐러드·매쉬 |
| 홍감자 | 분홍~붉은색 | 안토시아닌 풍부 | 찜·샐러드 |
| 자색감자 | 보라색 | 안토시아닌 최고 | 토핑·찜·샐러드 |
감자 전분의 활용도도 생각보다 넓어. 중국 요리에서는 소스의 농도를 낼 때, 한국에서는 감자전·감자옹심이를 만들 때, 일본에서는 감자떡 같은 경단류를 만들 때 감자 전분이 쓰여. 서양 베이킹에서도 감자 전분을 조금 넣으면 식감이 촉촉해지는 효과가 있어.
🌴 제주 감자, 그리고 세계의 감자 이모작 이야기
여기서 재미있는 지역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볼게. 강원도가 감자의 대명사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감자를 1년에 두 번 심고 거두는 '이모작'을 하는 지역도 있어. 바로 제주도야.
제주도는 겨울에도 비교적 온화한 기후 덕분에 감자를 봄과 가을, 두 번 재배할 수 있어. 봄에는 대정읍 등 서귀포 일대에서 '봄감자'를 재배해서 5~6월에 수확하고, 그 밭에 다시 씨감자를 심어 가을~겨울에 '가을감자'를 한 번 더 수확해. 특히 제주 대정 지역의 감자는 화산회토(火山灰土)라는 독특한 토양과 해풍 덕분에 당도와 전분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흔히 '제주 대정 감자'라는 브랜드로 따로 유통될 정도야. 육지에서는 감자가 한 해 한 번 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제주에서는 감자밭이 1년에 두 번 얼굴을 바꾸는 셈이지.
이런 감자 이모작은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 이집트는 겨울에도 따뜻한 기후 덕분에 유럽이 감자를 재배할 수 없는 겨울철에 감자를 키워서 유럽으로 대량 수출하는, '계절을 거스르는 감자 산지'로 유명해. 인도의 일부 아열대 평야 지대에서도 한 해에 감자를 두 번 이상 심고 거두는 곳들이 있는데, 계절풍의 영향을 받는 기후와 관개 시설 덕분에 가능한 일이야. 뉴질랜드나 호주 일부 지역도 남반구라는 지리적 특성상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라서, 전 세계 감자 시장에서 '비수기의 공급자' 역할을 하기도 해. 결국 감자라는 작물이 전 세계 밥상에 끊임없이 오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지구 곳곳의 서로 다른 계절과 기후가 감자 농사의 시차를 만들어주기 때문이야. 🌍
🍲 강원도의 혼, 감자옹심이
이제 계절 이야기를 해볼게. 지금 이 계절, 옹심이가 생각날 때잖아. 🥣

감자옹심이는 강원도의 소울 푸드야. 감자를 갈아서 전분을 앉히고, 그 전분과 갈린 감자 건더기를 반죽해서 새알처럼 빚은 것을 국물에 넣어 끓인 요리야. 감자 100% — 쌀도 밀가루도 따로 들어가지 않아. 감자 자체의 전분이 결합제가 되는 거지.
쫀득하면서도 묵직한 그 식감은 어디서도 흉내 내기 어려워. 국물은 주로 멸치 육수나 된장을 풀어 담백하게 내고, 감자전과 함께 먹으면 강원도 한 상이 완성되지.
옹심이는 "으깨다"의 강원도 방언인 "옹시다"에서 왔다는 설이 있어. 쌀이 귀했던 산골에서 감자로 경단을 만들어 끼니를 해결했던 지혜 — 그게 지금 우리가 맛있다고 먹는 그 옹심이야. 🏔️
🍝 뇨끼 — 같은 감자, 다른 언어
강원도에 옹심이가 있다면, 이탈리아 북부에는 뇨끼(Gnocchi)가 있어.
뇨끼의 어원은 이탈리아어 'nocchio(매듭, 마디)'에서 왔다고 봐. 작은 덩어리를 뜻하는 'gnocco'의 복수형이 gnocchi가 된 거야. 작고 통통하게 생긴 모양이 주먹 마디처럼 생겼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지.
감자 뇨끼는 사실 꽤 최근의 음식이야. 유럽에 감자가 들어온 게 16세기이고, 이탈리아 북부에서 감자 뇨끼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건 18세기 이후야. 그 이전의 뇨끼는 빵가루, 세몰리나(듀럼 밀가루), 시금치, 치즈 등으로 만들었어. 감자가 들어오면서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간 지방에서 "추운 기후에 잘 자라는 감자 + 쫀득한 경단 전통"이 만나 탄생한 거야.
옹심이 vs 뇨끼를 나란히 놓고 보면 정말 신기해.
강원도 옹심이 이탈리아 뇨끼
| 주재료 | 생감자 갈아서 전분 분리 후 합쳐 반죽 | 삶은 감자 으깨기 + 밀가루 + 달걀 |
| 식감 | 쫀득·묵직·투박 | 부드럽고 가벼운 쪽 |
| 국물/소스 | 멸치·된장 국물 | 토마토·크림·버터 세이지 소스 |
| 문화적 맥락 | 강원도 산간 생존 식량 | 이탈리아 북부 농촌 요리 |
같은 감자 경단이 한쪽에서는 된장 국물 속을 헤엄치고, 다른 쪽에서는 버터 세이지 소스에 뒤덮여 있어. 음식이 얼마나 문화의 산물인지 새삼 느껴지는 비교지? 😄
🌎 세계는 지금 어떤 감자를 먹고 있나
감자는 지금 쌀, 밀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작물이야. 안데스 산맥의 작은 땅덩이에서 출발한 이 덩이줄기가 500년 만에 지구 전체의 밥상을 점령한 셈이지.
각 나라마다 감자를 먹는 방식은 정말 다양해. 원산지 페루에서는 카우사(Causa, 감자를 으깨어 레이어를 쌓아 아보카도와 닭고기를 넣은 냉전채)와 파파 아 라 우안까이나(삶은 감자에 노란 치즈 소스를 끼얹은 것)를 먹어. 프랑스에서는 아쉬 파르망티에(소고기 위에 매쉬드 포테이토를 얹어 구운 감자 파이)가 대표적이야. 스페인에서는 토르티야 데 파타타스(올리브 오일에 감자와 양파를 푹 익혀 달걀과 섞은 스페인식 오믈렛)가 국민 음식이고, 독일에서는 감자를 카르토펠(Kartoffel)이라 부르며 "제2의 빵"이라 할 만큼 매일 먹어. 캐나다 퀘벡에서는 푸틴(감자튀김에 그레이비 소스와 치즈 커드를 얹은 것)이 소울 푸드야.
그리고 아일랜드의 1845년 감자 대기근(Great Famine) 이야기도 빠질 수 없어. 당시 아일랜드 감자밭에 감자 역병(Late Blight)이라는 곰팡이 병이 돌았어. 춥고 습한 아일랜드 기후에서 순식간에 퍼진 이 병은 감자 잎을 검게 썩게 만들고 땅속 덩이줄기까지 망가뜨렸어.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특정 감자 품종(럼퍼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역병에 대한 저항력이 거의 없었지. 아일랜드 인구의 상당수가 기대던 감자에 이 병이 들면서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거나 이민을 떠난 비극 — 감자 하나가 한 나라의 역사를 바꾼 사례야. 이 이야기는 아이리시 스튜, 감자 대기근 이야기 편에서 더 자세히 다뤘어.
🍽️ 한국 감자 음식의 세계 — 강원도에서 전국 밥상까지
이제 익숙한 밥상으로 돌아와 볼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자로 뭘 만들어 먹을까? 사실 생각해보면 상당히 많아. 감자국(된장 혹은 맑은 국물에 감자가 주인공), 감자조림(간장으로 달달짭짤하게), 감자볶음(기름에 채 썰어 볶기), 감자전(강원도식은 두툼하게, 서울식은 얇게), 감자옹심이, 감자수제비, 감자탕(돼지 등뼈+감자가 만들어내는 국물의 마법), 감자볶음밥, 감자 피자 토핑과 감자 그라탱(서양식으로의 확장)까지 다양하게 쓰여.
그중에서도 지금 계절에 딱 맞는 건 역시 강원도 감자 시즌이야. 보통 6월 하지(夏至) 무렵 수확하는 하지감자가 가장 먼저 나오고, 이후 강원도 고랭지 감자가 8월까지 이어져. 이때 갓 캐낸 감자는 수분이 많고 껍질이 얇아서, 아무것도 안 해도 쪄서 소금에 찍어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어. 🧂
무·열무·비트로 시작한 뿌리채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쫀쿠의 무·열무·비트, 땅속에서 온 뿌리채소 삼형제도 함께 봐.
제주 갯무꽃과 순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쫀쿠의 갯무꽃과 순무도 이어서 봐.
감자 한 알이 바꾼 아일랜드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 쫀쿠의 아이리시 스튜, 감자 대기근 이야기도 참고해봐.
🎨 마무리: 5,000년의 덩이줄기가 오늘 저녁 우리 밥상에
"안데스 고원의 추뇨" → "유럽의 100년 냉대" → "파르망티에의 감자꽃 마케팅" → "1824년 조선 산골" → "강원도 옹심이" → "이탈리아 뇨끼" → "오늘 저녁 된장찌개"
"음식 하나를 제대로 씹어보면 세계가 보여. 쫀쿠가 밥상 이야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거야."
기원전 5,000년 안데스 고원에서 처음 땅을 파고 꺼낸 작고 울퉁불퉁한 덩어리가, 잉카 제국의 전쟁 식량이 됐다가, 스페인 배에 실려 유럽으로 건넜다가, 100년간 외면당했다가, 파르망티에의 마케팅에 넘어가 결국 주식이 됐다가, 1824년 조선 땅에 닿아 강원도 산골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줬어. 그게 오늘 저녁 된장찌개 속 감자 한 조각이고, 옹심이 국물 속 쫀득한 새알이고, 이탈리아 식당 메뉴판의 뇨끼야.

너희 집은 감자 어떻게 먹는 걸 제일 좋아해? 댓글로 알려줘! 🥔
다음 편 예고: 뿌리채소 시리즈 4편은 고구마야. 조선왕조실록에 정확히 기록된 고구마의 조선 도입 이야기, 그리고 제주도에서는 감자와 고구마를 육지와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는 재미있는 사실까지 함께 풀어볼게. 기대해줘! 🍠
오늘도 쫀쿠는 맛있는 모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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