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쿠의 밥상 22편_광어는 왜 9,900원이었나 — 세계 1위 양식 산업의 경제학(여름 한 그릇 7편)
있잖아, 한때 대형마트 수산 코너에 가면 어김없이 눈에 띄던 가격표가 있었어. 포장 광어회 한 팩에 딱 9,900원. '국민 횟감'이라는 별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던 시절 이야기야.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9,900원이 슬그머니 사라졌어. 마트 진열대에는 여전히 광어회가 있지만, 가격표 숫자는 예전보다 꽤 올라 있지. 도대체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질문 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제주 앞바다에서 시작해 노량진 수산시장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까지 이어지는 흥미로운 경제 이야기 한 편이 펼쳐져.

앞선 물회 편에서 소개했던 한 음식인문학자의 칼럼도 여기서 다시 떠올려볼 만해. '물회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그 글은 지역 음식이 상표권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줬는데, 사실 광어도 비슷해. 이름 없는 제주 어민들의 노동이 만든 국민 횟감이, 유통 구조 속에서 어떤 대접을 받아왔는지가 오늘의 주제야.
🐟 광어라는 생선 — 넙치, 광어, 그 이름의 차이
정식 명칭은 넙치(Paralichthys olivaceus)야. 표준어는 '넙치'이고, '광어(廣魚)'는 '넓적한 물고기'라는 뜻의 한자어인데, 어느새 일상 언어에서는 광어가 더 친숙한 이름이 됐어. 영어로는 Japanese flounder, 혹은 olive flounder라고 불려.

납작한 몸에 양쪽 눈이 모두 왼쪽으로 쏠려 있는 게 광어의 특징이야. 비슷하게 생긴 도다리(가자미류)와 자주 헷갈리는데, 배를 아래로 두고 봤을 때 눈이 왼쪽에 몰려 있으면 광어, 오른쪽이면 도다리라는 "좌광우도(左廣右道)"라는 구별법이 유명해. 한 번 알아두면 평생 쓸 수 있는 수산물 상식이지.
🌊 제주가 세계 1위가 된 이야기
광어 양식의 성지는 단연 제주도야. 제주도 해안선을 따라 수백 개의 광어 양식장이 늘어서 있고, 업계 추정치를 기준으로 제주산이 전 세계 양식 광어 생산의 상당 부분, 대략 절반 안팎을 차지한다는 분석이 많아. 한국 전체로는 세계 양식 광어 생산량 1위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연간 수만 톤 규모의 광어가 제주에서 생산되고, 그중 일부는 매년 해외로 수출되는데 수출 물량의 상당 부분이 일본으로 향해.

제주가 광어 양식에 최적인 이유는 지하 해수(地下海水) 때문이야. 제주의 화산암 지층을 통과해 자연 정화된 해수가 연중 비교적 안정적인 수온을 유지하며 솟아오르는데, 이 물이 광어 양식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 인공 방류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수온 관리도 상대적으로 수월하지. 여기에 국내 수산 연구소의 집약적인 종묘 개량 기술이 더해지면서 제주산 광어는 성장 속도도 빠르고 살의 탄력도 뛰어난 품질을 갖추게 됐어.
광어 한 마리가 횟감 크기인 1~1.5kg으로 자라기까지는 약 1년 반에서 2년이 걸려. 그사이 양식업자는 매일 먹이를 주고, 수조의 산소 농도를 점검하고, 질병을 관리해야 해. 출하 직전에는 수일간 먹이를 끊어 장 내용물을 비워 신선도를 높이는 '도정' 과정도 거치지. 그야말로 정성이 한 접시에 담기는 셈이야.
💰 9,900원의 탄생과 소멸 — 가격이 무너진 날들
그렇게 공들여 키운 광어인데, 한때는 kg당 출하 가격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진 적이 있었어. 2018~2020년 무렵의 일이야. 당시 보도에 따르면 kg당 출하가가 10년 전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고 해. 양식 어가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했지.

이 폭락의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어. 첫째, 일본으로의 수출이 감소했어. 둘째, 내수 외식 경기가 침체되면서 횟집 소비가 줄었어. 셋째, 그럼에도 공급량은 꾸준히 늘어 공급 과잉이 심화됐어. 이 세 가지가 겹치면서 광어 값은 바닥을 찍었고, 대형마트들은 이 상황을 역이용해 "9,900원 광어회"를 내놨어. 엄밀히 말하면 이건 마진을 감수하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일종의 미끼 상품 전략에 가까웠어. 저렴한 광어회로 손님을 부르고, 다른 수산물이나 상품 매출로 만회하는 구조인 거지.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반전됐어. 방역 조치 기간 동안 양식 어가들이 물량을 줄였는데, 오히려 배달 수요가 폭발하면서 원물 가격이 올랐어. 여기에 사료값, 에너지 비용,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광어는 이제 예전만큼 '싼 횟감'이 아니게 됐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9,900원 광어 왜 싹 사라졌나 했더니…" 같은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됐던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야.
🚚 유통 구조의 비밀 — 양식장에서 식탁까지
소비자가 마트에서 사는 광어 한 팩의 가격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면 더 흥미로워. 수산물의 일반적인 유통 경로는 '양식장(생산자) → 산지 위판장 → 소비지 도매시장 → 도매상 → 소매상(마트·횟집) → 소비자'로 이어지는데, 무려 6단계나 돼.

이 경로가 워낙 길다는 지적이 계속돼오면서, 정부도 이 유통 경로를 몇 단계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수산물 산지 가격이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에서 유통 비용과 마진이 더해져 최종 가격이 원가의 몇 배까지 부풀 수 있다고 해. 양식 어가는 헐값에 팔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는 구조가 오랫동안 지속돼온 거지.
일례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사례에 따르면, 산지 출하가가 마리당 2만 원 수준이던 광어가 노량진에서는 3만 원, 동네 횟집에서는 5만 원 선에 팔린다고 해.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마진이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리는 구조야. 물론 횟집은 손질 인건비, 반찬, 자릿세 등이 포함되니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기본 구조 자체가 다층적이라는 점은 분명해.
🐠 활어 유통의 특수성 —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
광어 유통이 더 복잡한 또 하나의 이유는 활어(活魚) 형태로 유통된다는 점이야. 살아있는 상태로 트럭에 싣고, 전국 수족관으로 이동하고, 그 수족관에서 소비될 때까지 생존을 유지해야 해. 이 과정에서 활어차 운영비, 산소 공급 비용, 폐사 손실 등 상당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일부 어종(웅어, 준치, 민어, 삼치 등)은 죽은 채로 유통되기도 하지만, 광어는 살아있는 상태가 가치의 핵심이야.

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바로 회 문화 심화편에서 다뤘던 활어회(活魚膾)와 선어회(鮮魚膾)의 차이 논쟁으로 연결돼. 한국에서는 생생하게 살아 꿈틀대는 광어를 즉석에서 썰어내는 것이 신선함의 기준이었지만, 일본에서는 잡은 뒤 적절히 숙성시켜야 진짜 맛이 나온다는 철학이 있어. 어느 쪽이 맞는가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정답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기준일 뿐이야.
🐟 광어, 그 이상의 가치
광어는 단순한 횟감이 아니야. 제주 지역경제의 핵심 산업이고, 한국 수산 과학기술의 성과물이며, 동시에 '국민 횟감'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인의 외식 문화에 깊이 박힌 음식이야. 연어의 등장으로 한때 입지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광어는 여전히 한국 활어회 소비의 중심에 있어.

마트에서 9,900원짜리 광어를 봤던 기억이 있다면, 그 가격표 뒤에 제주 양식장 어민의 노동과 복잡한 유통 구조, 그리고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의 경제학이 숨어 있었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됐을 거야. 싸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었던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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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 9,900원 뒤에 숨은 경제학
"제주 지하 해수" → "1년 반의 양식 기간" →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 → "6단계 유통" → "활어 유통 비용"
"싸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그 가격표 뒤에는 제주 양식장 어민의 노동과 복잡한 유통 구조가 있었다."
너희는 9,900원 광어회 먹어본 기억 있어? 댓글로 알려줘! 🐟
오늘도 쫀쿠는 맛있는 모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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