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아상 2편, 크로플 다음엔 크루키였다? SNS 변형 전쟁과 버터값의 비밀
있잖아, 크로플 열풍 지나간 지 좀 됐잖아. 근데 그 사이에 전 세계 크루아상 판이 또 한 번 뒤집어졌다는 거 알아? 크루아상에 쿠키를 통째로 박아넣은 애가 파리를 뒤집어놨고, 정작 크루아상 살 때마다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는 것도.

한 입 베어물면 겉은 바삭, 속은 겹겹이 부드러운 그 크루아상 말이야. 근데 요즘은 그 위에 쿠키 반죽을 얹거나, 머핀 틀에 눌러 넣거나, 도넛처럼 튀기기도 해. 크루아상이 그야말로 '재료'가 되어버린 시대랄까. 그리고 그 재료값이, 요즘 심상치 않아.
도넛에서 시작된 도미노 — 크로넛 → 크러핀 → 크루키
이 흐름의 시작점은 2013년 5월, 뉴욕 소호야. 프랑스 출신 파티시에 도미니크 앙셀이 크루아상 반죽을 도넛처럼 튀긴 '크로넛(Cronut)'을 선보이면서, 크루아상은 '완성된 빵'이 아니라 '변형 가능한 반죽'으로 다시 태어났어. 같은 해 호주 멜버른의 베이커리 **룬 크루아상트리(Lune Croissanterie)**에서 창업자 케이트 리드가 크루아상 반죽을 머핀 틀에 돌돌 말아 구운 '크러핀(Cruffin)'을 처음 선보였고, 이듬해인 2014년 샌프란시스코의 미스터 홈스 베이크하우스가 이 형식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상표 등록하면서 세계로 퍼졌어.

그리고 파리 9구의 작은 베이커리 **메종 루바르(Maison Louvard)**에서 진짜 사건이 터져. 파티시에 스테판 루바르가 심심풀이로 크루아상을 반으로 갈라 초콜릿칩 쿠키 반죽을 채워 넣고 다시 구웠는데, 처음엔 하루 30개도 채 안 팔리던 이 '크루키(Crookie)'가 현지 인스타그램 맛집 계정에 소개되면서 150~200개 수준으로 뛰더니, 2023년 초 틱톡 인플루언서의 영상 한 편이 터지면서 하루 1,000~1,600개씩 팔리는 신드롬이 됐어. 피크 때는 하루 2,300개까지 찍었다고 하니, 파리 9구의 이 작은 가게 앞에 관광객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질 만도 하지.

크루키, 먹어보면 이런 느낌
크루아상을 반으로 가르고 그 안에 촉촉한 쿠키 반죽을 채운 다음, 위에도 쿠키 반죽을 살짝 얹어서 다시 구워. 겉은 크루아상 특유의 바삭한 결이 살아있는데, 한 입 베어물면 안에서 따뜻하고 꾸덕한 쿠키 반죽이 주르륵 나와. 바삭함과 쫀득함이 한 번에 오는 거지. 가격은 일반 크루아상보다 서너 배 비싼데도, "쿠키값 더하기 크루아상값이니까 당연하다"는 게 만든 사람 얘기야.
근데 크루아상 자체 값도 요즘 안 만만해
여기서 흥미로운 반전이 있어. 크루키 같은 변형이 유행하는 동안, 정작 기본 크루아상의 재룟값 자체가 계속 흔들리고 있거든. 크루아상 반죽에서 라미네이션용 버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약 27~33% 정도 되는데 — 반죽 자체에 들어가는 버터까지 합치면 실질적으로 전체 재료 무게의 30% 안팎이 버터야.
그런데 프랑스는 몇 년 간격으로 버터 파동을 겪어왔어. 실제로 2023~2024년 사이 유럽 평균 버터 가격은 약 19% 상승했고, 슬로바키아는 49%, 독일과 체코는 40% 가까이 치솟기도 했어. 2024년 유럽 전역에 퍼진 블루텅 바이러스가 낙농 가축에 타격을 주면서, 그 여파가 이어져 버터값이 다시 들썩인 거야. 그때마다 "크루아상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반복해서 나왔고, 버터 도매가가 오를 때마다 파리 동네 빵집들은 크루아상 가격을 몇 센트씩 조정했어.

재밌는 건, 어떤 빵집들은 마가린으로 타협하기보다 크루아상 크기를 살짝 줄이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있어. "크루아상은 버터로 만드는 거지, 마가린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라는 자존심 때문이래. 버터 한 조각의 가격이, 결국 크루아상의 정체성까지 흔드는 셈이지.
한국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크루키·크러핀 같은 해외발 트렌드는 이미 서울 일부 카페에서도 따라 만들기 시작했어. 크로플이 한국식 재해석이었다면, 이번엔 반대로 해외 유행을 그대로 들여오는 흐름인 셈이지. 다만 버터값 이슈는 한국도 남 얘기가 아니야 — 국내 유제품 가격 흐름도 세계 버터 시장과 이어져 있거든.
근데 우리가 진짜 자주 만나는 건, 이런 화려한 애들이 아니라 마트 매대 위 그 크루아상이잖아
솔직히 말하면 크루키니 크러핀이니 하는 것들, 한국에서 매일 만나기는 어려워. 우리가 정말 자주 마주치는 건 마트 진열대에 봉지째 쌓여 있는, 모양은 분명 초승달인데 눌러보면 그냥 물렁하고 겉도 안 바삭한 그 크루아상들이지. 라미네이션(버터 켜켜이 접는 공정) 없이 마가린이나 쇼트닝 베이스로 대량 생산되다 보니, 층이 살아있지 않아서 정통 크루아상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애들이야. 그렇다고 맛이 없는 건 절대 아니고, 이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

이 마트 크루아상, 그냥 봉지 뜯어서 먹으면 좀 아쉬운데 살짝만 손보면 확 달라져.
- 에어프라이어 3~4분: 180도에서 3~4분만 돌려도 겉이 살짝 바삭해지고 안은 따뜻해져. 전자레인지는 절대 금지 — 눅눅해지기만 해.
- 버터 살짝 발라 굽기: 반으로 갈라서 안쪽에 버터를 살짝 바르고 프라이팬이나 에어프라이어에 구우면, 라미네이션이 없어서 아쉬웠던 버터 향을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어.
- 속을 채워서 먹기: 층이 살아있지 않은 만큼, 오히려 반으로 갈라서 크림치즈·햄치즈·스크램블 에그를 채우기엔 딱 좋아. 정통 크루아상은 속이 비어있어야 층이 살거든. 마트 크루아상은 이런 부담이 없으니까, 오히려 샌드위치 용도로는 더 잘 맞아.
- 하루 지난 것 활용: 하루 지나서 살짝 눅눅해졌다면, 버리지 말고 프렌치토스트 반죽에 적셔서 구워봐. 밀도 낮은 마트 크루아상이 오히려 계란물을 잘 흡수해서 부드러운 프렌치토스트가 돼.

정통 크루아상이 "한 겹 한 겹 감상하며 먹는 빵"이라면, 마트 크루아상은 "내 마음대로 채우고 굽고 응용하는 빵"인 셈이야. 서로 다른 매력이 있으니까, 급이 낮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면 돼.
버터값이 왜 이렇게 오르내리는지 경제의 언어로 더 깊이 보고 싶다면 → 낙농의 경제학 3편 — 버터 대란이 반복되는 이유도 같이 읽어보면 좋아. 같은 버터라도 이렇게 완전히 다른 언어로 읽히거든.
크로아상의 유래와 맛있게 먹는 법까지 알고 싶다면 → 크로아상의 모든 것 을 읽어봐.
고소한 한 조각, 버터의 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 버터, 고소함 한 조각에 담긴 인류의 오래된 취향도 읽어봐.
크루아상은 이제 하나의 빵이 아니라, 매번 다른 얼굴로 SNS에 등장하는 '반죽'이 됐다. 그리고 그 반죽의 값은, 지구 반대편 농장의 사정에 그대로 흔들린다.
크루키가 또 얼마나 오래갈지, 아니면 벌써 다음 변형이 어딘가에서 만들어지고 있을지 모르겠어. 확실한 건, 크루아상이라는 반죽 하나가 이렇게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은 아무도 몰랐다는 거야.
오늘도 쫀쿠는 맛있는 모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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