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시리즈 3편 —산분해간장의 그림자: 빠른 간장, 다른 간장 — 세계 소스 시리즈 9편
있잖아. 마트에서 간장 뒷면을 읽다가 이런 걸 본 적 있어?
"혼합간장(양조간장 OO%, 산분해간장 OO%)"

양조간장은 알겠는데, 산분해간장은 뭘까. "산(酸)"으로 "분해(分解)"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
오늘은 빠른 간장의 탄생과 그 뒤의 논란, 그리고 간장이라는 이름이 콩을 벗어나 바다로 간 이야기까지 갈게.
발효의 시간을 며칠로 줄이는 방법
양조간장을 만들려면 짧아도 수개월, 전통 방식이면 그 이상 걸려. 그동안 균주가 콩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고, 발효 부산물들이 맛의 복잡성을 만들어.

이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 있어. 탈지대두 같은 식물성 단백질에 염산을 넣어 고온에서 가열하면, 균주가 몇 달에 걸쳐 할 분해를 며칠 안에 화학적으로 끝낼 수 있어. 이렇게 만든 아미노산 액체가 간장과 비슷한 감칠맛을 내. 이걸 **산분해간장(HVP)**이라고 해.
이 기술은 전쟁 중 갑자기 발명됐다기보다, 20세기 식품산업에서 값싼 식물성 단백질을 빠르게 대량생산하려는 흐름 속에서 확산된 걸로 보는 게 정확해. 전쟁과 식량 부족은 이런 기술의 수요를 끌어올린 배경 중 하나였어.
3-MCPD라는 이름의 그림자
산분해간장이 논란이 된 건 3-MCPD라는 물질 때문이야. 염산으로 단백질을 가수분해하는 과정에서 지방 잔류물과 반응해 생성될 수 있는 화합물인데, 동물실험에서 신장·생식계 관련 독성이 관찰돼 관리 대상이 됐어. 사람에 대한 실제 위험은 노출량과 섭취 빈도에 따라 평가되는 영역이라, 산분해간장이 곧바로 위험식품이란 뜻은 아니야.

규제 기준은 나라와 제품 유형마다 달라. EU는 건조물 함량을 고려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한국도 일반 간장과 산분해·혼합간장에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해. 현대 제조 공정에는 3-MCPD를 줄이는 저감 기술도 많이 쓰이고 있어. 핵심은 위험 여부보다 소비자가 알고 선택할 권리야.
표기의 함정
한국 식품공전은 간장을 한식간장·양조간장·산분해간장·혼합간장으로 분류해. 그런데 과거엔 양조간장이 소량만 섞여도 "혼합간장"으로 표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어. 산분해간장이 대부분이어도 말이야.

이 규정은 계속 개편되고 있는 영역이라, 정확한 내용은 발행 시점의 식품공전과 제품 라벨을 직접 확인하는 게 가장 확실해. 지금으로선 앞면 상품명보다 뒷면 원재료표에서 양조간장과 산분해간장 비율을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제일 확실한 방법이야.
어간장 — 간장이 바다를 만날 때
콩 없이 만드는 간장도 있어. 어간장(魚醬油). 생선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키면 단백질이 분해되며 아미노산 풍부한 액체가 나와. 한국에선 멸치를 주로 쓰고 제주에선 자리돔을 쓰기도 해.

이건 베트남 느억맘, 태국 남쁠라와 기술적으로 가까운 사이야. 생선을 발효시켜 감칠맛 액체를 얻는다는 원리는 같지만, 쓰는 생선·발효 기간·염도가 나라마다 달라서 같은 제품이라고 부를 순 없어. 1편에서 얘기한 고대 '장(醬)'이 생선·고기·콩을 아우르던 넓은 범주였다는 걸 떠올려보면, 콩 간장과 어간장은 서로 다른 발명이 아니라 같은 원리에서 갈라진 두 갈래로 이해하는 게 맞아.
한국의 어간장 역사는 꽤 깊어. 조선시대 기록에 어장(魚醬)·액젓류가 등장하고, 멸치·조기·게·새우로 만든 발효액이 부엌의 중요한 재료였어. 김치에 넣는 멸치액젓이 이 현대적 형태야.

흥미로운 점 하나. 어간장은 이름도 내용도 진짜 바다야. 그런데 해선장은 이름은 바다인데 내용은 육지(대두)였잖아. 두 소스가 정반대 포지션에 있는 셈이야. 🌊
마무리 — 시간을 단축하면 무엇을 잃을까
양조간장은 몇 달에 걸친 발효가 유기산·에스테르·향 화합물들을 만들어. 산분해간장은 며칠 만에 비슷한 아미노산 구성을 만들지만, 발효가 만드는 그 부산물들은 없어. 그렇다고 산분해간장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몰아붙일 순 없어. 전통 간장과 산업 간장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경제 조건의 결과야. 전통 간장은 시간과 손노동을 가격에 담고, 산업 간장은 균일성과 저렴함을 가격에 담아.

발효는 시간의 예술이고, 산분해는 속도의 기술이야.
간장 병 하나에 그 두 세계가 나란히 놓여 있어.
중요한 건 어느 쪽이 진짜냐가 아니라, 그걸 알고 고르는 거야.
너희는 어간장 써본 적 있어? 된장국에 넣으면 또 다른 감칠맛이 난다는데, 궁금하지 않아? 🐟
오늘도 쫀쿠는 맛있는 모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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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 간장의 형제이자 어간장의 사촌, 베트남·태국 피시소스 이야기로 넘어갈게. 고대 로마 가룸과의 연결고리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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