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라, 땋은 실 하나하나에 3,500년이 담긴 빵
있잖아, 빵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
"이 빵 한 덩이가 이렇게까지 복잡한 이야기를 품고 있었어?" 오늘 이야기하려는 빵이 딱 그래. 보기엔 그냥 노릇노릇하게 구운 달걀 빵이야. 참깨가 솔솔 뿌려져 있고, 여러 가닥을 땋아 만든 예쁜 모양이지. 그런데 이 빵 하나에 성경의 규례, 3,500년의 이산과 귀환, 유럽 리치 브레드 문화와의 만남, 그리고 매주 금요일 저녁 가족이 모이는 식탁이 다 들어가 있어. 빵을 먹는 게 아니라, 기억을 씹는 거야.
먼저 이름 이야기부터 — '할라'는 빵 이름이면서 행위의 이름이야

할라(חַלָּה, Challah). 이 단어는 빵을 가리키는 동시에,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행하는 종교적 행위도 가리켜. 성경 민수기(가톨릭 성경 기준으로는 「민수기」, 이하 이 성경을 따를게) 15장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땅에 들어가 그 땅의 빵을 먹게 되면, 처음 반죽한 것으로 만든 빵을 주님에게 봉헌물로 바쳐야 한다는 규례가 나와. 여기서 그 "처음 반죽한 조각"이 바로 할라야.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진 뒤로 제사장에게 바칠 수 없게 된 이 반죽 조각은, 지금도 정통 유대 가정에서 빵을 굽기 전 반죽 일부를 떼어내 태우는 의식인 하프라샤트 할라(Hafrashat Challah)로 이어지고 있어. '할라'는 반죽에서 분리된 조각이자, 그 행위 자체이자, 결국 그 반죽으로 만든 빵 전체를 가리키는 단어가 된 거야.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어. 히브리어 뿌리 h-l-l(공간을 만들다·비우다)와 연결해 보는 설명이 널리 소개되지만, 아랍어나 다른 히브리어 어근에서 왔다는 보조적인 설도 있어서 학자들 사이에서도 정확한 어원은 논쟁으로 남아 있어.
땋은 모양은 어디서 왔을까
할라의 특징적인 땋은 모양이 오랜 히브리 전통에서 그대로 비롯된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조금 더 복잡한 이야기야.

15세기, 중·동유럽의 아슈케나즈 유대인 공동체에서 안식일 빵 전체를 '할라'라 부르는 관습이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해. 이 시기 오스트리아·남독일 지역에는 명절에 땋은 달걀 빵을 먹는 기독교 문화가 있었는데 — 지금도 헤페촙프(Hefezopf)라는 이름으로 독일·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먹는 땋은 달걀 빵이 있어 — 아슈케나즈 유대인들이 이 지역의 리치 브레드 문화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오늘날의 땋은 할라 형태가 자리 잡았을 거라고 보는 연구가 많아. 즉 종교적 의미는 성경에서 온 것이고, 땋은 달걀 빵이라는 구체적 형태는 유럽 리치 브레드 문화와 만나는 과정에서 채택·재해석된 결과라는 해석이야.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 정확히 단정하기보다는, 이웃한 공동체들이 명절마다 "가장 좋은 재료로 가장 아름다운 땋은 빵을 만든다"는 문화적 감각을 공유한 결과로 보는 게 자연스러워.
빈에서 이 전통이 발전하면서 6가닥 땋기가 자리를 잡았어. 샤밧에는 두 덩이의 할라를 준비하는데, 각각 6가닥이면 합쳐서 12가닥이 되고, 이게 성전에 전시됐던 12개의 진설병(Showbread)과 수를 맞추는 상징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왜 두 덩이인가 — 만나 이야기
할라가 안식일 식탁에 오를 때는 항상 두 덩이(레헴 미쉬네)야. 탈출기(가톨릭 성경 기준)에 기록된 이야기가 있어.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해 광야를 떠도는 40년 동안, 하늘에서 만나가 내렸어. 안식일에는 일을 할 수 없어 만나를 거둘 수도 없었기 때문에, 안식일 전날인 금요일에는 두 배의 만나가 내렸다고 전해져. 두 덩이의 할라는 그 "금요일에 두 배로 내린 만나"를 기억하는 상징이야.

탈출기 16장 31절에서는 만나가 고수풀(코리앤더) 씨앗처럼 하얗고, 맛은 꿀을 섞은 과자 같았다고 묘사돼. 할라 위에 흰 참깨나 양귀비 씨를 뿌리는 관습은 이 만나의 씨앗 같은 모습을 흉내 낸 거라고 해. 이디시어로 양귀비 씨는 '몬(monn)'이라고 하는데, 이게 이디시어로 발음되는 '만나(manna)'와 비슷하게 들려서 이 관습이 더 강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도 있어. 언어가 맛이 되고, 맛이 기억이 되는 거지.
샤밧 의례 — 빵 한 덩이가 만드는 시간
금요일 해가 지면, 유대 가정에 샤밧(안식일)이 시작돼. 식탁엔 두 덩이의 할라가 특별한 천(할라 커버)으로 덮여 있어. 촛불을 켜고 기도한 뒤 포도주 축복 기도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할라가 먼저 노출되어 서운해하지 않도록 덮어둔다는 설명이 전해져. 빵에 감정을 부여하는 문화야.

포도주 의례가 끝나면 가장이 할라 위에 두 손을 얹고 모치 할라(Motzi Challah)라는 축복 기도를 해 — 세상의 왕이신 주님이 땅에서 빵을 내어주신다는 뜻의 기도야. 기도가 끝나면 빵을 칼로 자르지 않고 손으로 뜯어 나누는데, 뜯기 전에 소금에 찍어 먹어. 소금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모든 제물에 뿌리던 것을 기억하는 상징이야. 일주일의 노동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빵을 찢는 행위로 결속하는 시간이야.
모양에 담긴 상징들
할라의 땋기는 그냥 예쁘라고 하는 게 아니야. 3가닥은 "진실·평화·정의"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있고, 6가닥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형태로 두 덩이 합쳐 12가닥이 이스라엘 12지파를 상징한다고 전해져.
명절마다 형태도 달라져. 로쉬 하샤나(유대 새해)에는 둥근 할라를 만들어 "한 해의 완전한 순환"을 상징하고, 욤 키푸르 전날엔 사다리 모양으로 하늘로 오르는 기도를 표현해. 슐리셀 샤밧(유월절 이후 첫 안식일)에는 열쇠 모양의 할라를 만들거나 반죽 안에 실제 열쇠를 넣기도 해 — 생계의 문이 열리길 바라는 기도라고 해.
절기 모양 상징
| 샤밧(안식일) | 땋은 긴 두 덩이 | 만나 두 배, 12지파 |
| 로쉬 하샤나(새해) | 둥근 원형 | 한 해의 순환 |
| 욤 키푸르 전날 | 사다리 모양 | 하늘로 오르는 기도 |
| 슐리셀 샤밧 | 열쇠 모양 | 생계의 문이 열리길 바라는 기도 |
| 샤부오트(칠칠절) | 두 개가 붙은 직사각형 | 십계명 두 돌판 |
| 푸림 | 세모 귀 모양 | 하만의 귀(적의 패배) |
리치 도우의 과학 — 왜 이렇게 부드럽냐
할라 반죽은 전통적으로 밀가루·설탕·소금·물·이스트·달걀·식물성 오일 일곱 가지로 이루어져. 일부 전통에서는 이 일곱 재료를 일주일의 7일과 연결해 상징적으로 설명하는데, 이건 특정 인물이 공식적으로 규범화했다기보다 후대에 붙은 상징적 해석에 가까워.
버터 대신 식물성 오일을 쓰는 이유는 유대 음식 율법(카슈루트)과 관련이 있어. 유대 율법은 육류와 유제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할라를 버터로 만들면 고기 요리와 함께 식탁에 올릴 수 없게 돼. 그래서 식물성 오일을 써서 파르브(Pareve, 중립) 카테고리를 유지하는 거야.

브리오슈와 비교하면 이 차이가 선명해져. 프랑스 브리오슈는 버터와 달걀이 듬뿍 들어가는 리치 도우인 반면, 할라는 달걀의 고소함과 오일의 부드러운 향이 핵심이야. 정확히 이 차이가 유대 율법 때문에 생긴 거야. 달걀의 노른자는 반죽에 황금색을 입히고(만나의 색을 상징한다고도 해), 단백질은 글루텐 구조를 강화해서 땋기 작업을 해도 모양이 유지돼. 표면에 바르는 달걀물은 오븐 열에서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 반짝이는 금갈색을 만들어줘.
동유럽 유대인의 기억 — 검은 빵과 흰 빵 사이
19세기 동유럽 유대인 공동체(슈테틀)에서는 주중의 식탁엔 값싼 검은 호밀빵이 올랐어. 하얀 밀가루·달걀·설탕은 가난한 주중에는 사치였지. 그런데 금요일 저녁, 샤밧이 시작되면 그 식탁에 달콤하고 황금빛인 할라가 올라온 거야. 가난한 주중과 풍요로운 쉼의 날, 그 대조가 빵 한 덩이로 구현된 거지.
이 기억이 할라를 단순한 빵이 아니라 이산의 기억이자 회복의 상징으로 만들었어. 19세기 말~20세기 초 이민의 물결을 타고 미국·이스라엘 등 세계 각지로 퍼진 유대인들은 새로운 땅에서도 매주 금요일 할라를 구웠어. 주소가 바뀌어도 식탁 위의 할라는 변하지 않았던 거야.
사촌들을 소개할게 — 세계의 땋은 명절 빵들
독일·오스트리아·체코·헝가리 등에는 오래전부터 헤페촙프·바노츠카 같은 땋은 달걀 빵 전통이 있어, 할라와 모양·질감이 매우 비슷해. 헤페촙프(독일·오스트리아)는 버터와 우유가 들어간다는 점이 할라와 다르고, 바노츠카(체코·슬로바키아)는 3~4층으로 쌓아 올리는 피라미드형 땋기가 특징인 크리스마스 빵이야. 추레키(그리스·터키·아르메니아)는 마스티하나 마흐레피 향신료가 들어가는 동지중해 버전이고, 코조낙(루마니아·불가리아)은 호두나 양귀비 씨 필링을 말아 넣어 소용돌이 무늬가 나오는 빵이야.
빵 이름 나라 절기 할라와의 차이
| 헤페촙프 | 독일·오스트리아 | 부활절·명절 | 버터·우유 사용, 비종교적 |
| 바노츠카 | 체코·슬로바키아 | 크리스마스 | 피라미드형 다층 쌓기 |
| 추레키 | 그리스·터키·아르메니아 | 부활절 | 독특한 허브향, 빨간 달걀 |
| 코조낙 | 루마니아·불가리아 | 크리스마스·부활절 | 필링을 말아 넣는 방식 |
| 할라 | 유대 공동체 전세계 | 샤밧·명절 | 식물성 오일·달걀, 종교적 율법 |
할라의 특별한 막냇동생 — 바브카
바브카는 동유럽 유대인 가정에서 남은 달걀·오일 리치 도우에 잼이나 시나몬을 발라 말아 구운 소박한 빵에서 출발했다는 설명이 많아. 남은 반죽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걸 만든 거지. 이 반죽이 할라와 매우 비슷한 리치 도우 계열이었고, 20세기 미국으로 이민 간 유대인들이 이걸 뉴욕 베이커리에서 초콜릿 스월로 발전시켰어. 2010년대 인스타그램 시대를 거치며 바브카는 전 세계 트렌드 빵이 됐고, 지금 서울 브런치 카페 메뉴판에도 자연스럽게 올라 있어.

현대의 할라 — 전통과 변주 사이
오늘날 할라는 통밀·스펠트 밀·천연 발효종을 쓴 버전으로도 만들어져. 비건 커뮤니티의 '워터 할라'는 달걀 없이 두유·식물성 오일로만 만드는데, 이건 사실 하시디즘 공동체에서 오래전부터 전통적으로 만들어온 방식이야 — '현대 비건'이 새로 발명한 게 아니야. 할라 프렌치 토스트는 이제 세계 어느 브런치 카페에서나 볼 수 있는 메뉴가 됐어. 반죽에 달걀이 이미 들어가 있어서, 여기에 달걀물을 다시 입히면 달걀이 두 겹으로 층을 이루는 특유의 진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와.
마무리 — 땋을 때, 3,500년이 손에 잡혀
매주 금요일, 누군가가 밀가루 반죽을 떼어내어 손가락으로 가닥을 나누고 엮어. 이 행위를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반복해왔어. 이집트를 탈출한 광야에서, 유럽 곳곳에서, 새로운 땅에 정착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금요일이 오면 반죽을 땋았어. 땋는 행위 자체가 기도였고, 기억이었고, "우리는 아직 여기 있다"는 선언이었어.
오늘 네가 할라를 먹는다면, 그 부드러운 빵 한 입에 그 모든 시간이 들어있어.
빵은 단지 먹는 것이 아니야. 기억하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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