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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여는 세상

차이나타운 시리즈 2편 — 요코하마, 항구가 열리던 날 중국인이 먼저 들어왔다 (feat. 3대 차이나타운과 라멘의 비밀)

by myinfo29053 2026.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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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시리즈 2편 — 요코하마, 항구가 열리던 날 중국인이 먼저 들어왔다 (feat. 3대 차이나타운과 라멘의 비밀)

 


있잖아, 일본 음식 하면 뭐가 떠올라?

 

스시, 텐푸라, 라멘. 그중에 라멘은 특히 "일본스러운" 음식이지. 돈코츠 육수의 진한 냄새, 홋카이도 삿포로의 버터 넣은 미소 라멘, 후쿠오카 하카타의 가는 면발. 지역마다 다 달라서 일본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음식이야.

일본 3대 차이나타운과 라멘·짬뽕 지도

 

그런데 있잖아. 라멘은 일본에서 "순수하게" 태어난 음식이 아니야. 19세기 말 요코하마 같은 개항장 차이나타운에 들어온 중국식 밀면 국수가 원형이야. 그게 일본에서 라멘이라는 이름과 스타일을 얻은 거지. 찹수이가 중국에 없는 미국 음식이었듯, 라멘은 중국에서 시작해서 일본 것이 된 음식이야. 그 이야기를 오늘 해볼게.


1859년 요코하마 항구가 열린 날

1853년 미국 해군 제독 매튜 페리가 "검은 배(黑船)"를 이끌고 일본 에도 만에 나타났어. 250년 넘게 나라를 걸어 잠갔던 에도 막부에 개항을 요구한 거야. 협박에 가까운 외교였어.

검은 배와 함께 열린 요코하마 항구 — 1859년

 

결국 1859년 6월 2일, 요코하마 항구가 공식 개항됐어. 미국,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러시아 — 5개국과의 조약으로 열린 항구였어. 외국 상인들이 쏟아져 들어왔어.

 

그 안에 중국 상인들이 있었어. 정확하게는 광둥성과 복건성 출신 무역상들. 이들은 원래 서양 상인들을 도와주는 중간 무역상 역할을 했어. 영어도 하고, 무역도 알고, 동서양 사이 어딘가에 있던 사람들이야. 1860년대부터 이들이 요코하마 항 근처에 모여 살기 시작했어.

 

지금의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이 그 자리야. 160년이 넘은 동네야.


일본 3대 차이나타운 비교 — 셋이 다 달라

일본에는 공식적으로 세 군데의 차이나타운이 있어. 요코하마, 나가사키, 고베. 그런데 이 셋은 이름만 같을 뿐, 생긴 이유도 성격도 완전히 달라.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의 상징, 관제묘 — 광둥·복건의 뿌리

요코하마(横浜 中華街) — 현존 최대, 관동(關東)의 차이나타운. 규모부터 달라. 500~600개에 이르는 식당·상점이 몰려있고, 동아시아 최대급 차이나타운 중 하나야. 중심에 있는 관제묘(関帝廟, 칸테이뵤)는 1862년에 세워진 중국 전통 사당이야. 무신 관우(關羽)를 모시는 곳인데, 시험·사업 성공을 비는 사람들로 지금도 붐벼. 요코하마 화교는 대부분 광둥성과 복건성 출신이라, 음식도 돼지고기 찐빵(차슈바오), 새우 만두(하가우), 월병 같은 광둥식이 기반이야.

 

역사의 나가사키, 신치 차이나타운 — 유일한 통로의 흔적

나가사키(長崎 新地中華街) — 가장 오래된, 역사의 화교. 나가사키는 다른 두 곳과 차원이 달라.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이야. 에도 막부가 나라 문을 걸어 잠갔던 시대, 일본에서 유일하게 외국 무역이 허용된 항구가 나가사키였어. 네덜란드 상인과 중국 상인만 들어올 수 있었어. 중국인들은 17세기 초부터 나가사키에 정착했고, 에도 중기쯤 막부가 그들을 신치(新地)라는 구역에 모아 관리했어. 규모는 셋 중 가장 작아 — 250미터 정사각형 안에 가게 40여 개. 그러나 역사는 가장 깊어.

 

나가사키 화교는 주로 복건성 출신이야. 그래서 나가사키 차이나타운 음식의 기반은 복건식이야. 그리고 여기서 탄생한 음식이 있어. **짬뽕(長崎ちゃんぽん)**이야. 1900년경, 나가사키의 중국 음식점 시카이로(四海樓)의 주인 천핑순(陳平順) — 복건성 출신 — 이 가난한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저렴하고 든든한 한 그릇을 만들었어. 돼지뼈 육수에 밀면을 넣고, 남은 해산물과 채소를 잔뜩 올린 거야. 나가사키 짬뽕의 시작이야. 그리고 이것이 한국에 건너가 우리가 아는 짬뽕이 됐어. 우리가 먹는 짬뽕의 조상이 복건성 화교의 한 그릇인 거야.

 

고베(神戶 南京町) — 난킨마치, 서쪽의 차이나타운. 고베도 1868년에 개항했어. 요코하마보다 9년 늦게. 그런데 고베는 원래부터 서양 무역상들의 베이스캠프 같은 도시였어. 영국인, 미국인, 유대인 상인들이 들어오면서 중국 상인들도 함께 따라왔어. 고베 차이나타운은 난킨마치(南京町)라고 불러. 난징, 즉 남경의 거리라는 뜻이야. 규모는 요코하마보다 훨씬 작지만(가게 100여 개), 도시 한복판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고 세련된 느낌이야. 1980년대 후반에 대대적으로 정비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어.

 

고베 화교는 광둥, 복건, 절강, 광서 — 다양한 출신이 섞여 있어. 그래서 음식도 다양해. 그리고 고베 차이나타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돼지고기 만두(豚まん)**야. 광둥식 차슈바오에서 진화한, 우리 왕만두와 비슷한 음식이야.

 

구분 요코하마 나가사키 고베

개설 시기 1860년대 17세기 초 1860년대
규모 500~600여 개(최대) 40여 개(최소) 100여 개
화교 주요 출신 광둥·복건 복건 광둥·복건·절강
대표 음식 광둥식 딤섬·월병 나가사키 짬뽕 돼지고기 만두
상징 건축물 관제묘 공자묘(孔子廟) 중화회관
분위기 관광 특화·화려 역사 유산형 도심 밀착형

라멘의 출생지는 요코하마를 비롯한 항구 도시였다

자, 이제 본론이야.

 

라멘의 조상은 중국의 **라미엔(拉麵, 拉麺)**이야. 라(拉)는 "당기다", 미엔(麵)은 "면"이야. 손으로 반죽을 쭉쭉 늘여 만드는 당긴 밀면이야. 중국 북방 — 산시성, 간쑤성, 신장 지역에서 수백 년 된 기술이야. 이 기술을 가진 중국 요리사들이 일본으로 건너왔어.

1859년 요코하마가 개항한 걸 시작으로, 요코하마를 포함한 개항장 차이나타운들에서 이 밀면 국수가 먼저 팔리기 시작했어. 초기에는 **시나소바(支那そば)**라고 불렸어. 시나(支那)는 "중국"을 뜻하는 당시 일본식 표현이야. 중국 국수라는 뜻이지. 1910년 도쿄 아사쿠사에 최초의 라멘 전문점이 생겼다는 기록도 있고,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팔리고 있었다는 설도 있어.

라멘의 기원, 시나소바 포장마차 — 항구의 맛

그런데 이 시나소바가 어떻게 지금의 라멘이 됐을까. 결정적인 계기가 두 번 있었어.

 

첫 번째는 1945년 패전 이후야.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지고 나서 식량이 극도로 부족했어. 미국이 밀을 원조했어. 싸고 구하기 쉬운 밀가루가 넘쳐나면서, 밀면 국수가 서민 음식으로 급속히 퍼졌어. 이 시기부터 "시나소바"라는 이름 대신 "라멘"이라는 표현이 조금씩 늘어나고, 값싼 밀가루 덕분에 전국적인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어.

 

두 번째는 1958년 인스턴트 라멘의 발명이야. 대만 출신의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가 기름에 튀겨 건조시킨 인스턴트 면을 발명했어. 치킨 라멘이야. 3분이면 완성되는 이 면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라멘 = 일본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완성됐어. 안도 모모후쿠와 닛신이 만든 컵누들 뮤지엄이 요코하마에도 있어.

컵누들 뮤지엄의 마법 — 인스턴트 라멘의 세계화

중국에서 건너온 면이 일본 패전과 대만계 발명가의 손을 거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음식이 된 거야. 찹수이가 미국식 중국 음식이 됐듯, 라멘은 일본식 중국 음식이 됐어. 디아스포라 음식의 공식이야.

 


일본 화교의 정체성 — "우리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을 걷다 보면 흥미로운 걸 발견해. 간판에 중화민국(中華民國)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靑天白日滿地紅旗)가 걸려있어. 중화인민공화국의 오성홍기가 아니야.

신화교와 대만계의 공존 —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의 현재

일본 화교 커뮤니티는 역사적으로 **대만계(臺灣系)**가 강했어. 이유가 있어. 일본과 중화인민공화국이 국교를 정상화한 게 1972년이야. 그 전까지 일본은 대만(중화민국)을 공식 중국으로 인정했어. 그래서 재일 화교들은 대만 여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어. 지금도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의 주요 화교 단체들은 대만계 연고가 깊어.

 

그런데 2000년대 이후 중국 본토에서 새로 이주한 **신화교(新華僑)**가 급격히 늘었어. 일본의 중국인 주민 수는 2023년 기준 약 82만 명 안팎으로, 재일 외국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해. 이 새로운 물결이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의 성격도 조금씩 바꾸고 있어. 대만계 화교와 본토 신화교 사이의 문화적 긴장, 그게 지금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야.


마무리 — 항구는 기억한다

1859년에 요코하마 항구가 열렸어. 그 항구로 들어온 중국 상인들이 국수를 팔았어. 그 국수가 일본 전국의 라멘이 됐어. 한국 짬뽕은 나가사키를 거쳐왔어.

 

음식은 항구를 따라 움직여. 배가 닿는 곳에 사람이 오고, 사람이 오는 곳에 음식이 생겨. 그 음식이 몇 세대를 거치면 더 이상 "어디서 왔는지"를 묻지 않아. 그냥 그 도시의 음식이 되는 거야.

 

라멘이 일본 음식이냐 중국 음식이냐고? 둘 다야. 어쩌면 항구의 음식이야. 짬뽕도 그래. 복건성 화교의 한 그릇이 나가사키를 거쳐 한국의 국민 음식이 됐어. 국경은 있는데, 국수는 국경을 안 지켜.

 

결국 항구가 열리는 순간, 음식의 국적도 함께 흔들리기 시작하는 거야.

 

너희는 시나소바 원형에 가까운 담백한 라멘이 좋아, 아니면 진한 돈코츠파야? 댓글로 알려줘! 🍜✨

 

오늘도 쫀쿠는 맛있는 모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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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 차이나타운 시리즈 3편: 한국 인천. 산동성 화교들이 인천 부두에 내린 이야기, 짜장면이 어떻게 중국에 없는 한국 음식이 됐는지, 화교 경제가 한국에서 쪼그라든 이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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