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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라차(Sriracha): 베트남 난민의 빨간 병이 어떻게 미국을 점령했는가_세계의 소스

by myinfo29053 2026.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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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라차(Sriracha): 베트남 난민의 빨간 병이 어떻게 미국을 점령했는가_세계의 소스

 


있잖아, 2022년 여름에 미국에서 꽤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

미국 마트에서 스리라차 소스가 사라진 — 2022년의 쇼티지 대란 — 현장을 목격한 쫀쿠의 놀란 표정

 

마트 진열대에서 초록 뚜껑 달린 빨간 병이 사라졌어. 그걸 사재기한 사람들이 이베이(eBay)와 아마존에 올렸는데 — 원래 5달러짜리 병이 80달러에 팔렸어. 어떤 두 팩은 120달러였어. 미국 뉴스에서 "스리라차 쇼티지(Sriracha shortage)"를 톱 기사로 다뤘어. 핫소스 한 병 때문에.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면 — 미국인들에게 스리라차는 단순한 소스가 아니야. 1980년대부터 냉장고 문에 꽂혀 있던 일상의 물건이야. 그것이 사라졌을 때 사람들이 패닉에 빠진 거야.

 

그런데 이 빨간 병의 시작은 훨씬 더 놀라운 이야기야. 베트남 전쟁 난민 한 명에서 출발하거든.


발단 — 스리라차는 사실 태국 소도시 이름이야

먼저 이름 이야기부터 해야 해.

 

스리라차(Sriracha)는 소스 이름이 아니야. 원래는 **태국 촌부리주의 해안 소도시 시라차(Si Racha)**의 이름이야. 방콕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 파타야 근처의 조용한 어항 마을이야.

태국 지명 기반의 원조 '스리라차 파니치'와 미국에서 대박 난 다빗 트란의 '후이펑 스리라차'

 

1930년대, 이 마을에 사는 주부 타놈 차카팍(Thanom Chakkapak)이 아버지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집에서 칠리 소스를 만들었어. 태국산 빨간 고추, 마늘, 식초, 소금, 설탕. 이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팔기 시작했어. 이 소스가 **시라차 파니치(Sriraja Panich)**야. 태국의 오리지널 스리라차. 지금도 태국에서 만들어 팔고 있어.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초록 뚜껑 빨간 병 스리라차와는 전혀 달라. 태국 원조 스리라차는 묽고 단맛이 강하고, 조금 다른 향이야. 우리가 아는 "로스터 소스(Rooster Sauce)"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완전히 다른 나라에서 만든 거야.


1979년 — 배를 탄 남자

1979년 2월, 베트남 호찌민시(사이공) 항구에서 배 한 척이 출항했어. 난민선이었어. **다빗 트란(David Tran, 陳德)**이라는 이름의 49세 남자가 그 배에 타고 있었어. 1945년생, 닭의 해 출생. 중국계 베트남인이었어.

1979년 — 난민선 '후이펑'의 여정

다빗 트란은 베트남에서 이미 칠리 소스를 만들어 팔던 사람이었어. 페퍼 사떼(Pepper Sa-te)라는 소스를 1975년부터 팔고 있었어. 그런데 베트남 공산화 이후 사업이 어려워졌어. 결국 3,000명이 넘는 다른 난민들과 함께 배를 탔어.

 

그 난민선의 이름이 **후이펑(Huy Fong)**이었어. 행복을 가져오는 봉황이라는 뜻이야.

 

배는 홍콩을 거쳐 이리저리 떠돌다가 — 여러 나라에서 입항을 거부당하면서 — 결국 미국에 닿았어. 다빗 트란은 1979년 말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했어.

 


1980년 — 밴에서 시작한 소스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다빗 트란에게 남은 게 뭐가 있었겠어. 자본도 없고, 영어도 서툴고, 아는 사람도 없었어. 그런데 가진 게 하나 있었어. 칠리 소스 만드는 기술.

 

1980년, 그는 회사를 설립했어. 이름은 자신을 미국으로 데려온 난민선 이름을 따서 후이펑 푸드(Huy Fong Foods). 처음 몇 달은 차에서 소스를 만들어 로스앤젤레스 중국·베트남 식당들에 직접 납품했어. 광고가 없었어. 홍보가 없었어. 식당 주인들한테 맛 보여주고 팔면 그만이었어.

1980년 LA, 자신의 난민선 이름을 딴 '후이펑 푸드'를 설립하고 밴에서 직접 소스를 만들어 식당에 납품하던 다빗 트란

 

소스의 이름도 소도시에서 따왔어. 태국의 시라차 소스에서 이름을 빌렸어. 스리라차.

 

병 디자인도 직접 결정했어. 초록 뚜껑. 그리고 수탉(rooster) 로고. 1945년, 닭의 해 출생인 자신의 띠를 로고에 넣은 거야. 그래서 미국인들이 이걸 **"로스터 소스(Rooster Sauce)"**라고 불러. 브랜드명을 몰라도 닭 그림 보면 알아.


광고 한 번 없이 점령하다

다빗 트란은 지금도 광고를 하지 않아. 창업 45년이 지난 지금도 마케팅팀이 없어. 소셜미디어 계정이 거의 없어. 스폰서십도 없어.

그런데도 스리라차는 미국 전역의 냉장고에 들어갔어. 이유가 있어.

 

1990년대, 베트남·중국·태국 음식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어. 이 소스 넣으면 뭐든 맛있어진다고. 2000년대에는 퓨전 요리 셰프들이 발견했어. 피자, 버거, 계란, 라멘 — 스리라차를 뿌리면 다 맛있어졌어. 인터넷과 푸드 블로그가 퍼뜨렸어. "스리라차 마요", "스리라차 버터", "스리라차 허니" — 파생 레시피가 폭발했어.

쫀쿠의 스리라차 파생 레시피 폭발!

 

2010년대 초반에는 스리라차 맛 팝콘, 스리라차 맛 도리토스, 스리라차 맛 맥앤치즈까지 나왔어. 다빗 트란은 이것들에 라이선스를 팔지 않았어. 다른 회사들이 그냥 "스리라차 맛"이라고 써서 만든 거야. 스리라차라는 이름은 지명 기반이라 단독 상표 등록이 원래 어려워. 그러니까 후이펑 푸드는 이름 자체를 지키기보다, 초록 뚜껑과 수탉 로고, 그 병 디자인으로 승부를 본 거야. "양념은 누구나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다빗 트란 본인의 생각도 여기에 한몫했고.

 

이 결정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뒤에 나와.

 


28년의 파트너십, 그리고 균열

1988년, 다빗 트란은 캘리포니아 벤투라 카운티의 농장 **언더우드 랜치(Underwood Ranches)**와 계약을 맺었어. 스리라차에 들어가는 할라페뇨 고추 전량을 공급하는 계약이야.

28년의 파트너십 — 언더우드 랜치와의 악수

 

놀라운 건 계약서가 없었어. 28년 동안. 악수 하나로 맺어진 관계였어. 언더우드 랜치는 후이펑 푸드만을 위해 고추 재배 면적을 늘렸어. 해마다 수만 톤에 달하는 고추를 납품했어.

 

그런데 2016년에 관계가 끊어졌어. 다빗 트란이 언더우드 랜치의 핵심 직원을 자기가 만든 별도 농장 칠리코(Chilico)로 스카우트하려 했고, 이게 발각됐어. 언더우드 랜치는 배신이라고 느꼈어. 다빗 트란은 2016년 수확분 과다지급분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어.

 

언더우드 랜치는 맞소송을 냈고 — 결국 2,300만 달러(약 300억 원) 배상 판결이 나왔어. 후이펑 푸드가 졌어.

 

28년의 악수가 소송으로 끝난 거야. 그리고 이 균열이 스리라차 쇼티지의 씨앗이 됐어.

 


2022~2023년 — 80달러짜리 병의 탄생

언더우드 랜치를 잃은 후이펑 푸드는 멕시코 농장들에서 고추를 조달하기 시작했어. 그런데 2021~2022년, 멕시코 북부를 역대급 가뭄이 강타했어. 할라페뇨 생산량이 급감했어.

2022년 — 품절 대란과 사재기 패닉

 

2022년 4월, 후이펑 푸드는 고추 부족을 이유로 생산을 일시 중단했어. 그해 6월에는 소비자들한테 직접 편지를 보냈어. "재고가 없다. 대기하라." 미국 전역의 마트에서 스리라차가 사라졌어.

 

그다음에 일어난 일은 예측 가능했어. 사재기꾼들이 쓸어갔어. 이베이에 80달러짜리 병이 올라왔어. 아마존에 120달러 두 팩이 올라왔어. 미국 각지 편의점에서 "1인 1병"으로 구매 제한을 걸었어. 레스토랑들은 "스리라차 대체 소스"를 개발하기 시작했어. 40년 동안 냉장고에 있던 소스가 사라지자 미국인들이 처음으로 그것의 부재를 느낀 거야.

 

2023년에도 공급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 현재는 어느 정도 정상화됐지만, 예전만큼의 공급량은 아직 아니야.

 


진짜 스리라차와 여러 스리라차들

여기서 재밌는 게 있어. 스리라차는 상표 등록이 안 된 이름이야. 지명 기반 이름이라 원래도 단독으로 등록하기 어려운 이름이었거든. 그러니까 누구나 "스리라차 소스"를 만들 수 있어.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스리라차 쇼티지 기간 동안 수십 개의 대체 스리라차 브랜드가 등장했어. 타바스코도 스리라차를 냈어. 하인즈도 냈어. 플라잉 구스(Flying Goose) 브랜드의 태국산 스리라차가 갑자기 주목받았어. 원조 태국 스리라차 브랜드 시라차 파니치도 다시 조명됐어.

 

이 상황을 보며 다빗 트란은 뭐라고 했을까. 그는 별 말이 없었어. 언제나 그랬듯이. 인터뷰도 별로 안 하고, 광고도 안 하고, 스리라차가 왜 맛있는지 설명한 적도 없어. 그냥 만들 뿐이야.

 

그 스스로 한 말 중 하나가 이거야.

"나는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소스를 만드는 게 목적이에요."

 

그는 아직도 후이펑 푸드의 사장이야. 80대 나이에도.


마무리 — 빨간 병 하나가 담은 것

1979년 난민선을 탄 한 남자. 1980년 밴에서 소스를 만들기 시작한 사람. 광고 한 번 없이 미국 전역의 냉장고에 들어간 빨간 병. 그리고 그게 사라지자 패닉에 빠진 사람들.

 

스리라차 이야기에는 이민자의 생존, 28년 악수의 배신, 기후변화와 공급망의 취약성, 그리고 "아무도 안 보고 있던 소스가 사실 일상의 일부였다"는 깨달음이 다 들어있어.

 

우스터소스는 창고에서 잊혀진 실패작이 명품이 됐고, 굴소스는 끓이다 깜빡한 국물이 왕국을 세웠어. 스리라차는 난민선에서 내린 한 사람이 광고도 없이 대륙을 점령한 이야기야. 초록 뚜껑은 1945년 닭의 해에 태어난 베트남 남자의 띠야. 그걸 알고 나면 그 뚜껑이 다르게 보여.

냉장고 속의 일상, 그리고 닭띠의 비밀

 

결국 소스 하나에도 전쟁, 이주, 배신, 가뭄, 그리고 광고 없이도 이기는 법까지 다 들어있는 거야.

너희 냉장고엔 스리라차 있어? 어디에 뿌려 먹어? 댓글로 알려줘! 🐓🌶️

 

오늘도 쫀쿠는 맛있는 모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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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 해선장(海鮮醬). "해산물 소스"라는 이름인데 정작 해산물이 안 들어가는 이금기 라인업의 오해받는 소스. 북경오리·월남쌈·삼겹살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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